똑같은 영화만 트는 채널들…“MPP 중복 편성 최대 98%”

유성진 숭실대 교수가 30일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개최한 유료방송 채널거래 시장 개선 방안 마련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유성진 숭실대 교수가 30일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개최한 유료방송 채널거래 시장 개선 방안 마련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가 계열 내 여러 채널에 동일 콘텐츠를 반복 편성한 뒤 묶음으로 거래하는 구조가 유료방송사의 콘텐츠 사용료 부담을 키우고 시청자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언론학회는 30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공동으로 '유료방송 채널거래 시장 개선 방안 마련' 특별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SO 측 문제의식을 담은 분석이 제시됐다. 유성진 숭실대 교수는 MPP 9개사, 43개 채널을 분석한 결과 동일 법인 내 채널 간 편성 중복률이 최대 98%에 달했다고 설명헀다. 여러 개의 채널을 돌려도 똑같은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가 방송되고 있다는 의미다.

분석 대상인 9개 MPP 중 중복편성률이 80%가 넘는 곳은 5개였으며, 이중 2개는 중복률이 98%에 달했다. 중복률이 80% 이상인 채널을 동일 채널로 간주할 경우 한 MPP 계열의 영화 장르 채널은 명목상 3개이지만 실질적으로 1개 채널로 환산됐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

유성진 숭실대 교수 'MPP 멀티호밍의계량적실태와채널거래제도개선방안'.
유성진 숭실대 교수 'MPP 멀티호밍의계량적실태와채널거래제도개선방안'.

유 교수는 “중복편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복수 채널이 협상 테이블에 하나의 묶음으로 올라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계약서상 채널별 사용료가 분리돼 개별 계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력 채널이 계열 전체의 협상력을 견인하며 묶음으로만 거래된다는 지적이다.

SO 측이 주력 채널만 계약하고 싶어도 비주력 채널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SO의 총수신료 대비 콘텐츠 사용료 지급률이 2024년 90.2%, 일부 SO는 116.2%까지 상승해 수신료를 모두 내도 사용료를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율촌 한승혁 변호사는 규제 관행을 지적했다. 프로그램 공급계약은 사적 계약으로 법원이 “기간 만료 시 종료가 원칙”이라고 판단해왔으나 채널계약 가이드라인이 이용약관 신고수리와 재허가 조건을 통해 사실상 사전규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채널거래 분쟁을 정식 방송분쟁조정 절차로 일원화하고, 대형 PP에는 가이드라인 적용을 배제하되 보호가 필요한 중소 PP에는 현행 규율을 유지하는 차등 적용을 제안했다.

또한 일부 대형 PP의 협상력이 강화되는 등 시장 구조가 달라진 만큼 적용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PP의 매출 규모와 콘텐츠 대체 가능성, 협상력을 따져 가이드라인 적용 배제를 검토하고 중소PP와의 거래에는 현행 규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법적 근거가 불충분한 규제는 정비해 사적자치와 시장원리를 회복하고, 부당한 거래 관행은 분쟁조정과 금지행위 규제로 통제함으로써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채널거래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