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개혁가와 선동가의 차이

정책은 어느 날 갑자기 결정되지 않는다. 의제를 설정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은 뒤 효과와 부작용을 따지는 단계를 거친다. 정부 입법인지 의원 입법인지에 따라 절차는 다르지만 중심에는 숙의가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더 나은 결론을 찾아가는 과정이 빠진 정책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피해와 책임은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감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10개월여간 이어진 보완 수사권 논란은 정치적 구호 그 자체였다. “보완 수사권 완전 폐지”를 외친 당대표급 인사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보완 수사권을 조금이라도 남기면 검찰개혁은 실패한 것이라는 주장이 난무했다.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은 반개혁으로 낙인이 찍혔고 이를 주장한 사람은 반개혁자가 됐다. 이렇게 선명성 경쟁만 남은 사이 충분히 토론할 기회도 사라져버렸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범죄 피해자 보호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올랐을 뿐이었다.

심지어 검찰개혁도 이미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으로 확정이 된 터였다.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 분리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로 제도화됐다. 보완수사권 논쟁은 검찰개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보완수사권 논쟁은 이미 결정된 개혁을 어떻게 완성할 것인지 해법을 찾는 숙의의 과정이었어야 했다.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가 진행 중이다. 후보들은 저마다 당을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집권 여당 대표는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듣고 하나의 정책으로 모아내는 자리다. 조용한 개혁은 개혁을 미루자는 말이 아니다. 요란한 구호 대신 치열한 숙의로 개혁을 완성하자는 뜻이다. 그렇다면 숙의를 이끌어야 할 사람이 다른 의견을 반개혁으로 낙인찍고 정치적 구호로 여론을 몰아갔다면, 그는 개혁가일까, 아니면 선동가일까.

[ET톡] 개혁가와 선동가의 차이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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