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 만성 저산소혈증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장기 산소요법(LTOT)'이 단순 수명 연장을 넘어 의료 자원 이용 감소와 재입원율 억제 등 의료경제적 측면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COPD와 간질성 폐질환(ILD), 만성 심부전 등으로 인한 지속적 저산소혈증 환자에게 LTOT는 국제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핵심 치료법으로 꼽힌다.
안정 시 동맥혈 산소분압(PaO₂) 55mmHg 이하 또는 산소포화도(SpO₂) 88% 이하인 환자를 대상으로 하루 15시간 이상 산소를 공급한다.
이 치료법은 1980년 야간 산소요법 임상(NOTT)과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 연구를 통해 처음 생존율 개선 효과가 입증된 이후 수십 년간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COPD는 세계적으로 입원 및 재입원 비용이 가장 높은 질환군 중 하나다. 미국에서 COPD 급성악화(AECOPD)로 인한 30일 내 재입원율은 약 20~23%에 달한다.
연간 수십억 달러의 막대한 의료 비용을 발생시킨다. 하지만 LTOT는 이러한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2020년 국제학술지 체스트(Chest)에 게재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보면, LTOT를 처방받은 중증 COPD 환자군은 미처방군 대비 12개월 내 재입원율이 유의미하게 낮았고 응급실 방문 횟수도 감소했다.
앞서 2018년 호흡기의학(Respiratory Medicine) 연구에서도 하루 16시간 이상 LTOT를 사용해 순응도가 높은 환자는 평균 입원 기간이 1.8일 단축됐다. 연간 입원 횟수는 약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데이터 역시 유사한 궤를 그린다.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결과, LTOT 처방 환자의 COPD 관련 입원율은 미처방군 대비 약 25% 낮았다. 이는 1회당 평균 180만~~250만원에 달하는 입원 비용 절감으로 직결된다.
의료경제학적 측면에서도 질보정수명(QALY) 대비 긍정적 결과를 도출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소(NICE) 자료에 따르면, COPD 환자 대상 LTOT의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는 국가별 임계값을 하회해 비용 효율적인 치료로 분류됐다.
특히 미국 사례를 보면 재택 LTOT의 연간 비용은 환자당 1200~~2500달러 선이나, COPD 관련 입원 1회 평균 비용은 3만 달러를 상회한다.
단한번의 입원만 예방해도 수년치 재택 산소치료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LTOT의 경제적 효과는 환자의 처방 순응도와 직결된다.
2019년 국제 COPD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OPD) 연구 결과, 하루 15시간 미만으로 산소를 사용한 환자군에서는 재입원율 감소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반면 권고 기준인 15시간 이상을 준수한 환자군은 1년간 의료비 지출이 18~22% 감소했다.
치료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단순 처방을 넘어 환자 교육과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에는 원격 산소포화도 모니터링을 결합해 악화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예방적으로 개입하는 연구도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LTOT가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돼 있으나, 엄격한 처방 기준과 모니터링 체계 미흡으로 실제 임상 현장 활용률은 최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구 고령화와 COPD 유병률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보험 급여 확대와 순응도 관리 강화가 보건 복지 차원을 넘어 의료재정 효율화 전략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국내 재택 호흡치료 현장에서도 단순 장비 공급 중심에서 관리 기반 서비스 모델로 패러다임이 재편되고 있다.
특히 이 분야 대표 기업인 유유테이진은 가정용 산소발생기를 필두로 인공호흡기와 수면 양압기 등 재택 호흡치료 장비 전반에 대한 임대·통합 관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회사는 환자 상태에 맞춘 초기 장비 세팅부터 정기 방문 점검, 24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해 환자의 장기 산소요법 유지를 지원한다.
재택 치료가 향후 의료 시스템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환자의 지속적인 산소 사용과 장비 안정성을 동시에 챙기는 관리 중심 모델은 불필요한 입원 방지와 효율적인 의료재정 운용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백승숙 남양주한양병원 호흡기내과 진료과장은 “장기 산소요법의 비용 효율성은 치료를 처방하는 순간이 아니라 환자가 권고 시간 이상 치료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결정된다”며 “가정에서 환자 사용 패턴과 상태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정을 해줄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이 재입원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