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통관 개편, 또 다른 제재가 되지 않도록

관세청이 오는 28일 새로운 전자상거래 통관 플랫폼을 오픈한다.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과 위해물품 반입을 막기 위한 본인확인 체계도 새롭게 도입한다. 국민의 개인정보를 더 안전하게 보호하고, 명의도용과 불법 반입을 막기 위한 취지다.

윤희석 기자
윤희석 기자

문제는 협력인정업체 지정 기준이다. 입법 예고된 고시는 최근 1년 이내 개인정보보호법상 과징금이나 고발 이력이 있으면 협력인정업체가 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지난 6월 개인정보위로부터 6246억원대 과징금과 고발 처분을 받은 쿠팡은 시작 전부터 배제되는 셈이다.

물론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막대한 과징금과 법적 제재를 받은 것은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기업이 감수해야 할 책임이다.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기업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미 법적 제재를 받은 사안을 이유로 새로운 통관 제도의 간소화 혜택마저 원천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 처벌'이자 과도한 규제다. 협력인정업체 특례를 받지 못하는 사업자는 해외 직구 때마다 일회용 인증번호를 반복 입력해야 하는 등 통관 절차가 복잡해지고 배송 지연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결국 불편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협력인정업체 제도는 특정 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안전하고 효율적인 통관 체계를 운영하기 위한 행정 수단이다. 관세청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지정 기준 완화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시 시행 이후 발생한 위반부터 적용하거나, 별도 개선 조치를 이행한 기업에는 일정 기간 이후 신청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정책 목적과 제재 목적은 구분해야 한다. 소비자 편익과 통관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를 잃고 또 다른 행정 제재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처벌의 확대가 아니라 제도의 균형이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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