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거래 '판매자 책임'으로 전환…깜깜이 수수료 없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중고차 거래의 책임 구조를 7년 만에 전면 손질한다. 차량 하자를 성능보험으로 떠넘기던 구조에서 벗어나 판매자가 직접 품질을 보증하도록 제도를 바꾸고 광고 단계부터 각종 수수료를 포함한 총액을 공개하도록 했다. 가격과 품질, 하자 책임, 온라인 플랫폼까지 중고차 거래 전 과정을 손질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을 확정했다. 9월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고 하위법령과 보험상품 개편 등을 거쳐 2027년 하반기 시행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판매자가 끝까지 책임지는 거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지금까지는 성능점검업자가 보험에 가입하고, 차량에 하자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보상하는 구조였다. 판매자는 성능기록부와 보험을 근거로 책임을 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보험료는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정부는 이 같은 구조가 판매자의 품질 관리 의지를 떨어뜨리고 성능점검도 느슨하게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현행 중고차 거래 및 성능보험 처리 절차. (자료=국토교통부)
현행 중고차 거래 및 성능보험 처리 절차. (자료=국토교통부)

이에 따라 성능점검자가 가입하는 성능보험은 매매업자가 가입하는 하자보증보험으로 통합된다. 소비자는 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가 아니라 판매자에게 직접 수리나 보증을 요구할 수 있다. 판매자는 보험금 청구가 늘수록 보험료가 할증되고 하자 발생률도 공개되는 만큼 차량 품질을 관리할 유인이 커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이번 개편이 OECD 주요국처럼 판매자가 하자를 책임지는 글로벌 기준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불 기준도 크게 넓어진다. 예컨대 차량을 인도받은 뒤 7일 안에 엔진·변속기 등 주요 장치에서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고 수리비가 300만원 이상이면서 차량 가격의 30%를 넘거나 수리기간이 30일을 초과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식이다. 현재보다 보장기간과 보장항목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보험상품을 새로 설계한다.

소비자가 가장 체감할 변화는 가격이다. 앞으로는 인터넷 광고에 차량 가격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관리비용과 알선수수료, 보험료 등을 모두 포함한 최종 구매가격을 표시해야 한다. 계약 직전 예상하지 못한 비용을 추가로 요구하는 관행도 원칙적으로 사라진다. 정부는 매매업자가 직접 보유한 차량을 판매하면서 알선수수료를 받는 행위도 금지하기로 했다.

성능점검의 신뢰성도 높인다. 하부 언더커버 분리와 주행시험, 도막 측정, 내시경 검사 등 세부 점검기준을 마련하고 전기차 전용 성능기록부도 신설한다. 침수나 사고이력 등 중요 항목을 잘못 점검하면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과징금이나 사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매매업자의 거짓 점검 요구를 증거와 함께 신고하면 처분을 면제하는 '리니언시' 제도도 도입한다.

아울러 내차팔기 플랫폼은 진단 오류로 이용자가 손해를 입으면 실제 손해액에 맞는 보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클레임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정을 제한할 수 없으며, 국토부 장관에게 플랫폼에 대한 조사·처분 권한도 부여된다.

정부가 중고차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것은 시장 규모에 비해 소비자 신뢰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간 약 250만대, 30조원 이상 규모로 지난해 수출도 88만대를 기록했다. 반면 최근 3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관련 민원 330건 가운데 약 80%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부실과 관련됐다. 성능보험료는 최근 5년 사이 2.2배 올랐고 보험료 가운데 사업비 비중도 44%에 달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중고차 시장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산업이지만 거래의 불투명성과 불공정한 관행으로 소비자와 성실한 업계 종사자 모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낡은 관행과 제도를 바로잡아 소비자는 안심하고 거래하고 사업자는 정당하게 평가받는 시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