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충돌시 주한미군 전력 의구심 커져
무기 재고 감소, 中·러 군사행동 영향 가능성
미국이 이란과의 장기전에서 정밀유도무기와 방공미사일을 대량 소모하면서 무기 재고가 우려할 만한 수준까지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아시아와 유럽에 배치했던 일부 전력까지 중동으로 이동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방어 공백과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미군이 약 6개월간 이란을 폭격하면서 고가의 미사일 수천 발을 소모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은 1500발 이상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패트리엇 미사일은 1700발에 못 미치며, 소모된 물량을 다시 채우는 데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NYT는 전망했다.
에이태큼스(ATACMS)와 정밀타격미사일(PrSM) 등 장거리 정밀타격무기도 상당량 소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무기는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강력한 방공망을 갖춘 상대와의 전쟁에서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미국은 부족한 중동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에 배치했던 일부 방공·감시자산과 해군 전력을 중동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전력 재배치로 북한과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이 이전보다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한국에서 실제로 어떤 전력이 어느 정도 이동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의 무기 재고 감소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톰 카라코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소모한 무기를 다시 확보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향후 군사적 의사결정에 반영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대만 유사시 필요한 토마호크 등 장거리 정밀타격무기의 상당량이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란전이 장기화할수록 미국의 군수품 소모가 계속되면서 중국이 미국의 개입 능력을 시험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과 일본의 안보 불안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미 당국자들은 미국의 재래식 전력에 대한 동맹국들의 신뢰가 약화될 경우 한국과 일본이 보다 독자적인 억지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자체 핵무장론이 힘을 얻을 가능성까지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무기 재고를 신속히 회복하기 위해 방산업계에 생산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스티븐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은 주요 방산업체들에 핵심 무기의 생산·납품 속도를 높이고 생산시설 확대 계획을 21일 이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백악관과 국방부는 미군의 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부인하고 있다. 미국이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으며 방산업계의 생산 확대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미국의 무기가 모두 고갈됐느냐가 아니라 중국·러시아와 같은 고강도 적대국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고성능 정밀무기와 방공미사일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얼마나 빠르게 보충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이란전이 장기화해 미국의 전력 소모가 계속될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자체 핵무장 논의까지 촉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