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일전쟁 전후 일본 의과대학들이 9살 어린이 등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동물 피를 주입하는 비윤리적인 인체 수혈 실험을 자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8일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요시나카 타케시 교토대학교 의학부 임상교수와 교도통신이 당시 의학지 등을 분석한 결과, 1937년 중일전쟁 개전 이전부터 태평양전쟁 기간에 걸쳐 작성된 논문에서 수혈 실험 기록이 확인됐다.
보도에 따르면 교토부립의대와 규슈제국대(현 규슈대), 구마모토의대(현 구마모토대) 등 일본 유명 의대들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오래 보존한 혈액이나 △혈액형이 다른 피, 심지어 △말 등 동물의 피를 주입하는 인체 실험을 자행했다.
특히 구마모토의대에서는 9세 어린이가 실험대상이 됐다는 충격적인 기록이 확인됐다. 당시 의대는 골수염을 앓던 불과 9세 남자아이에게 21일간 보존되었던 혈장을 주입했고, 아이는 주입 직후 목숨을 잃었다.
이 밖에도 뇌 수술을 받은 남성에게 말의 피를 수혈해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중국 난징 병원에서 말의 보존혈을 주입해 환자를 숨지게 한 사례도 확인됐다. 교토부립의대에서는 건조 혈액을 환자 몸에 주입한 사례도 있었다.
이종 수혈 실험 기록은 1940년 일본 육군이 개최한 회의에서도 발표됐다. 공적 조직인 '육군군의단' 기관지에 따르면, 1940년 3월 열린 연구회에서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23명에게 말, 개, 양, 닭 등 동물의 피를 주입하거나, 목의 혈류를 인위적으로 차단해 혈청을 주입하는 등 치료와 무관한 인체 실험 결과가 공유됐다. 해당 기록은 일본 군부가 패전 당시 증거 인멸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요시나카 교수는 “당시 실험에 치료법 개발이라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혈액 확보가 어려운 전장에서 장기간 보존한 혈액이나 동물 혈액을 활용해 부상자를 치료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실험으로 보인다”면서도 “전쟁으로 인해 비윤리적인 인체 실험에 대한 장벽이 낮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