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휴머노이드 2.3조·피지컬 AI 2.8조 투자…'국산 풀스택' 승부수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8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예산처)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8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예산처)

정부가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생태계에 2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정부가 국산 휴머노이드 1080대를 직접 구매해 초기 시장을 만들고 핵심 부품부터 인공지능(AI) 모델·운영체제(OS)까지 자체 기술로 확보한다. 제조·농업·건설·물류 등 8대 분야에서는 피지컬 AI 실증에 2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기획예산처는 27일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박홍근 장관 주재로 제2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휴머노이드 생태계 육성과 피지컬 AI 실증을 위한 재정투자 방안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했다.

정부는 내년 6000억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분야에 재정 2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민간 매칭투자까지 합치면 2조7000억원 규모다. 2030년까지 10대 업종별 특화 휴머노이드 양산체계를 구축하고 현재 45% 수준인 핵심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높이는 게 목표다.

특히 정부가 초기 수요자 역할을 맡는다. 내년 국산 휴머노이드 250대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1080대를 직접 구매해 대학과 국책연구기관 등에 보급한다.

현재 일부 국내 대학이 중국산 휴머노이드를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구매하는 제품에는 부품과 소프트웨어까지 국산화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비휴머노이드까지 포함하면 정부의 AI 로봇 공공구매 규모는 내년 약 1700대, 2030년까지 약 5000대로 확대된다.

정부는 단순히 완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로봇의 두뇌부터 핵심부품까지 독자적인 '풀스택'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액추에이터와 로봇손, 센서 등 3대 취약 부품에 대한 신규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저전력·고성능 AI 반도체와 휴머노이드용 전고체 배터리도 개발한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경량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정밀한 조작까지 수행할 수 있는 범용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병행 개발한다. 로봇의 AI 모델과 몸체, 반도체를 연결하는 국산 OS도 2031년까지 확보한다. 현재 외산 모델 의존도가 높은 로봇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국산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 현장을 활용한 상용화도 병행한다. 삼성디스플레이·한국항공우주산업(KAI)·CJ대한통운·삼성중공업·HL만도·LG전자·SK에너지·한림대병원·호텔롯데 등 수요기업과 국내 로봇기업을 연계해 디스플레이·항공·물류·조선·자동차 등 10대 업종에 특화된 휴머노이드를 개발한다. 실제 작업환경에서 검증한 뒤 2030년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피지컬 AI를 산업 현장으로 확산하기 위한 대규모 실증도 시작한다. 정부는 내년 7000억원, 2030년까지 2조8000억원을 투입해 자율제조·중소제조·농업·건설·물류·항만·돌봄·국방 등 8대 분야에서 피지컬 AI를 실증한다. 민간과 지방비까지 포함하면 4조원 규모다. 내년에만 500곳 이상 현장에 피지컬 AI 기술을 투입한다.

실증 과정에서 생산되는 영상·센서·로봇 행동 데이터는 표준화해 범정부 데이터 라이브러리에 축적한다. 이를 다시 국내 AI·로봇기업의 모델 학습에 활용해 '기술개발→현장 실증→데이터 확보→성능 고도화→시장 확대'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휴머노이드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수년이 기술과 표준을 선점할 수 있는 시기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은 지난해 15억달러에서 2035년 38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은 근로자 1만명당 로봇 수가 1220대로 세계 1위이고 반도체·배터리와 제조업 기반을 갖췄지만 대규모 투자를 주도할 선도기업이 부족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글로벌 AI 시장이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이를 우리 경제의 다음 성장엔진으로 육성하기 위한 범부처 차원의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을 강조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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