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에서 말하는 신체 나이는 하나의 숫자로 단정하기보다 현재 몸이 얼마나 건강하게 기능하는지를 보여주는 종합 지표에 가깝다. 걷는 속도와 악력, 균형감각, 심폐 기능, 인지 기능, 영양 상태, 생활습관 등이 맞물려 개인별 노화 속도를 결정한다.
전자신문은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과 함께 '당신의 신체 나이는 몇 살입니까'를 주제로 10회 건강기획을 연재한다. 주민등록 나이와 신체 나이가 달라지는 이유를 시작으로 기억력과 뇌, 혈관과 심장, 폐 기능, 근육과 관절, 눈과 소화기 등 몸 곳곳에서 나타나는 노화의 신호를 짚는다. 마지막 회에서는 운동·식사·수면 등 일상에서 신체 나이를 늦추는 관리법을 살펴본다.
노화 자체를 멈출 수는 없지만 몸이 보내는 변화를 일찍 알아차리고 생활습관과 건강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일은 가능하다. 이번 기획은 숫자로 적힌 나이가 아니라 지금 내 몸이 얼마나 건강하게 기능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건강한 노화를 준비하는 기준을 찾아본다.

폐 나이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폐기능검사다.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뒤 한 번에 세게 내뱉는 양인 노력성 폐활량과, 숨을 내뱉기 시작한 뒤 처음 1초 동안 내뱉는 양을 측정해 정상 예측치와 비교하는 방식이다.
검사는 마우스피스를 물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힘껏 내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몇 분 안에 끝나지만 폐 건강 상태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수치가 또래 평균보다 낮으면 폐 기능 저하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특히 1초 동안 내뱉는 양의 비율이 낮으면 기도가 좁아지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평소 흡연을 했거나 숨이 자주 차는 사람, 만 40세 이상이라면 건강검진 때 폐기능검사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담배로 이미 손상된 폐 조직이나 한 번 떨어진 폐기능 수치가 원래대로 완전히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담배 연기는 폐포라는 작은 공기주머니의 벽을 파괴하는데, 이는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려운 비가역적 변화이기 때문이다.
다만 금연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폐기능 저하 속도는 느려진다. 기침과 가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흡연한 사람도 금연 후에는 폐기능 저하 속도가 비흡연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처럼 흡연과 밀접한 질환은 늦게 진단될수록 건강한 폐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금연은 남아 있는 폐 기능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미세먼지(PM10), 특히 초미세먼지(PM2.5)는 입자가 작아 기관지를 지나 폐 깊숙한 폐포까지 도달해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노출이 반복되면 기도가 좁아지고 폐 기능이 저하돼 천식이나 만성 폐질환의 발생과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폐질환이 있는 사람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폐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쁜 날에는 야외 활동을 줄이고, 외출 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 활용 등 노출을 줄이는 습관이 필요하다.
빠르게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호흡근이 튼튼해지고 폐가 산소를 이용하는 효율이 높아져 폐활량 유지에 도움이 된다. 입술을 오므리고 천천히 숨을 내쉬는 '입술 오므리기 호흡법'이나, 배로 깊게 숨을 쉬는 복식호흡을 함께 연습하면 폐 속 공기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입술 오므리기 호흡법은 코로 숨을 들이마신 뒤 입술을 살짝 오므려 휘파람을 불듯 천천히 내쉬는 방법이다. 기도가 갑자기 좁아지는 것을 막아 호흡곤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이나 천식이 있는 사람이 활동 중 숨참 증상을 조절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감기로 인한 기침이나 가래는 보통 2~3주 안에 좋아진다. 하지만 기침이나 가래가 3주 이상 계속되거나 갈수록 심해지고 숨찬 증상이 동반된다면 단순 감기가 아닐 수 있다.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원인 모를 체중 감소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 오랫동안 흡연을 한 경우라면 흉부 영상검사와 폐기능검사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 폐결핵, 폐암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밤에 심해지는 마른기침이 오래 이어질 때는 역류성 식도염이나 천식 가능성도 있어 호흡기내과 진료가 필요하다. 만성적인 기침과 가래를 '오래된 감기'로 넘기지 말고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 김연욱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성남=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