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가 극장가에서 흥행하면서 영화의 배경이나 감독과 연관된 기존 작품들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트로이 전쟁을 다룬 영화 '트로이'는 IPTV 구매 건수가 한 달 만에 약 40배로 늘었고, 놀란 감독의 전작 '오펜하이머'와 '인터스텔라', '인셉션' 등도 다시 순위권에 진입했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온라인상영관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8월 들어 지난 26일까지 SK Btv, LG U플러스 tv, 지니 TV 등 IPTV에서 영화 '트로이'가 구매된 건수는 2만 3653건으로 집계됐다. 전월 574건과 비교하면 4020.7% 증가한 수치다.
구매 건수 순위도 크게 올랐다. '트로이'는 전월보다 103계단 상승해 '군체'(10만 1648건), '왕과 사는 남자'(5만 152건) 등에 이어 7위를 기록했다.

2004년 국내에서 개봉한 '트로이'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트로이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가 함께 달아나면서 전쟁이 시작되고,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등 영웅들이 벌이는 10년간의 전쟁을 그린다. 국내 개봉 당시에는 약 385만명이 관람했다.
최근 '트로이'가 다시 주목받는 데에는 '오디세이'와의 서사적 연결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왕국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을 중심으로 한다.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 역을 맡았다.
놀란 감독과 '트로이' 사이에도 인연이 있다. 그는 영화 제작 과정에 참여했으며 최종적으로 연출을 맡지는 않았지만, 당시 접한 트로이 목마의 이미지가 이후 약 20년 동안 기억에 남아 '오디세이' 제작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같은 원전을 바탕으로 제작된 1997년 작품 '오딧세이'(The Odyssey)의 이용량도 급증했다. 이 작품의 8월 IPTV 구매 건수는 2306건으로, 전월 27건보다 8440.7% 늘었다.
안드레이 콘찰롭스키가 연출한 '오딧세이'는 TV에서 방영된 2부작 시리즈 영화다.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태어난 시점부터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서도 관심이 이어졌다. '오딧세이'는 지난주인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웨이브 주간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오디세이'의 흥행은 놀란 감독의 이전 작품들에 대한 재관람 수요로도 이어지고 있다. kobis에 따르면 '오펜하이머'의 8월 IPTV 구매 건수는 4366건으로, 전월 287건보다 1421.3% 증가했다.
2023년 개봉한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끄는 과정을 다룬 전기 영화다.
작품의 주제 측면에서도 '오디세이'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오펜하이머'가 문명의 파괴를 가능하게 한 인물이 자신이 한 선택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린다면, '오디세이'의 오디세우스 역시 당시 문명을 지탱하던 규범인 '제우스의 법'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죄책감을 드러낸다. '제우스의 법'은 손님과 그를 맞이하는 주인이 서로를 신뢰하고 베풀며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규범이다.
'오펜하이머'뿐 아니라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인터스텔라'(2014), 600만 관객을 돌파한 '인셉션'(2010) 등 놀란 감독의 대표 작품들도 IPTV 구매 건수가 증가하며 상위 50위권에 진입했다.
지난 5일 개봉한 '오디세이'는 그리스 신화의 세계를 대형 스크린에 구현한 영상미를 앞세워 관객을 모으고 있다. 영화 사상 처음으로 전 분량을 아이맥스(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라는 점도 주목받으면서 아이맥스 상영관을 중심으로 높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오디세이'는 28일까지 누적 관객 801만7000여명을 기록했다. 올해 개봉작 가운데 '왕과 사는 남자' 1691만7000여명,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834만4000여명에 이어 흥행 순위 3위다.
29일 오전 9시 기준 '오디세이'의 예매율은 66.5%로 상영작 가운데 가장 높았다. 예매 관객 수는 57만2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