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송상'이라 불리는 개성 상인들은 수완이 좋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국가가 재정 문제로 역할 하기 어려울 때, 송상이 나서서 굶주린 백성을 도왔다는 점이다. 특히나, 이들 장사의 근간을 이루는 보부상, 운송업자들에게 식량을 우선 공급하는 등 생태계 보존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흥미로운 대목이다.
현재로 돌아오자. 아직 상점이나 대형마트가 과거 '송상'과 같은 유통의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이 보편화되면서 온라인을 통한 유통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올해 상반기에 온라인이 전체 매출의 59.6%를 차지했으며, 5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그 비중이 11.6%포인트(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찬반 논란을 떠나,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형태의 유통업은 입점업체 및 인근 상인과 다양한 형태의 상생협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온라인플랫폼 분야는 상생의 관점에서 보면 아직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형편이다.
더욱이 온라인플랫폼은 이제 단순히 상품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의 중간자를 넘어섰다. 어떤 상품을 소비자에게 먼저 보여줄 것인지, 거래 조건과 수수료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에 따라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의 매출과 성장 가능성까지 달라질 수 있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 안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 역시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플랫폼을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글로벌한 유통 환경을 감안하면 규제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거나 국내기업만 불리하게 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부드러운 개입, 즉 '넛지(Nudge)' 방식이 답이 될 수 있으며, 최근 발의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전형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개정 법률안은 온라인플랫폼에 대해 다른 업종과 동일하게 동반성장지수를 산정할 수 있고, 불공정행위 여부를 조사할 수 있으며, 거래 과정에서 생긴 정보의 공유를 유도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하여야 한다'는 식의 강행규정이 아니라 '할 수 있다. 노력하여야 한다' 등 넛지 방식의 임의규정으로 구성된 점이다.
개정 법률안이 발의된 이후, 관련 협회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대하는 모양새다. '동반성장 지수는 평판상 참여할 수밖에 없고, 실태조사는 중복이 우려되며 자칫 영업비밀이 과도하게 노출될 수 있다' 등등이 반대 논리로 보인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미 250여개 주요 대기업이 동반성장 지수에 참여하고 있으며, 수십만의 사업자가 활동하고 있어 그 어떤 분야보다 불공정행위 차단의 필요성이 높고, 혹 부작용이 우려되는 내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보정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이번 개정 법률안이 규제 목적이 아니라 온라인플랫폼 분야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일부분을 확대해석해서 마냥 반대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4년간 이어진 수제 맥주 기술 분쟁이 원만한 합의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묵묵히 뒷받침했던 국회의원이 이번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상생은 어느 한쪽의 양보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이번 개정안 역시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를 거쳐 우려되는 부분은 보완하되, 온라인플랫폼의 상생협력을 위한 첫걸음은 더 이상 미루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 자신의 장사만이 아니라 함께하는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힘썼던 '송상'처럼, 오늘날 온라인플랫폼 역시 입점 사업자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상생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변태섭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bts@win-win.or.kr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