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정 쇄신을 위해 개각을 단행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결국 이틀 만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교체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삼전닉스 레버리지) 도입 등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지 약 3개월 만이다. 지지율 회복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인적 쇄신의 폭을 청와대로 넓힌 가운데 새로운 정책실장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김 실장이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오늘 사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실장급 인사를 교체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집권 2년 차를 맞은 이 대통령은 최근 새로운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내정한 데 이어 김 실장 사표도 수리하는 등 경제 정책 핵심 참모진을 모두 교체하게 됐다.
김 실장은 집권 직후인 지난해 6월 초대 정책실장으로 선임돼 약 1년 3개월 동안 경제·산업 정책 전반을 담당해왔다. 이 대통령의 승부수였던 인공지능(AI)·3대 메가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난제였던 대미 관세 협상 등을 조율하며 이 대통령의 신뢰를 받았다.
지난달 30일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고 청와대 참모를 보강하는 첫 중폭 개각에서 김 실장이 유임된 것도 이 대통령의 정책적 신뢰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틀 만에 정책실장 교체 카드를 꺼낸 것은 환율 안정 목적으로 추진한 삼전닉스 레버리지가 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한 뒤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큰 코스피 시장에 개별종목 레버지가 도입돼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주가지수 10000을 바라보던 코스피는 지난달 5200선까지 하락했다가 반등해 6000선을 회복했다. 김 실장 교체 요구는 그가 해당 정책 도입에 사실상 주도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나왔다.
결과적으로는 이 대통령 취임 초 코스피가 2800대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두 배 이상 올랐다. 환율도 최근 들어 13개월만에 1300원대로 회복된 상태다. 다만 한때 코스피 10000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NS를 통해 정책 구상을 직접 제시하는 과정에서 정책 혼란이 반복되고 있는 것도 비판 지점이었다. 주요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김 실장은 SNS를 통해 자신의 정책 구상과 생각을 밝혀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정책 추진으로 인한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표적으로는 '국민배당금제' 논란이 꼽힌다. 김 실장은 AI 산업 성장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거둬지는 이례적인 추가 세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성장의 과실을 특정 기업이나 계층에 머물게 하지 않고 국민 전체로 확대한다는 이 대통령의 기조에 맞춰 화두를 던지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국민에게 직접 나눠주는 '국민배당금제' 등 자극적인 표현만 부각됐다.
이제 관심은 후임 정책실장이다. 다만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을 잘 아는 인물이 정책실장에 내정될 가능성이 크다. 인적 쇄신 효과를 누리면서도 정책의 연속성은 취지다. 교체가 확정된 구윤철 경제부총리나 윤창렬 전 국무조정실장 등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던 전현직 관료 출신 인사가 우선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