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 나뉘어 있던 규제자유특구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정부가 여러 지방정부가 하나의 산업 밸류체인을 중심으로 규제를 함께 실증하는 '광역연계형 규제자유특구'를 처음 도입한다. 스마트농업과 신해양레저 분야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5곳을 지정해 개별 지역에 머물렀던 규제 실증을 산업 공급망 단위로 확대한다.
국무조정실과 중소벤처기업부는 제19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열고 '스마트농업 광역연계형 규제자유특구'와 '신해양레저 광역연계형 규제자유특구' 등 2곳을 신규 지정했다고 1일 밝혔다. 두 특구에는 총 12건의 규제특례가 적용된다.
규제자유특구는 지역에서 신기술·신산업과 관련한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해 기업이 실증할 수 있도록 하고, 안전성이 확인되면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는 지역 단위 규제샌드박스다.
그동안 특구가 단일 지방정부와 특정 제품·서비스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개별 실증 결과를 산업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 지역에서 확보한 실증 데이터만으로 전국 단위의 안전기준이나 표준을 마련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정부가 올해 처음 도입한 광역연계형 특구는 복수 지역이 각자의 산업·기술 역량을 활용해 개별 실증을 진행한 뒤 이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이 같은 한계를 보완했다.
스마트농업 광역연계형 특구에는 전남·광주를 중심으로 전북과 충남이 참여한다. 태양광 직류전원을 활용한 전기농기계 충전과 전기농기계 자율작업 등을 실증한다.

전남·광주에서는 영농형 태양광과 직류배전 기반 에너지 효율화를, 전북에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자율주행·정밀제어 등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SDM(Software Defined Machinery) 기반 완전 무인 자율작업과 다중관제를 실증한다. 충남은 영농형 태양광 직류전원을 이용한 전기농기계 충전시스템 구축과 운용 안전성을 검증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부 소관 규제특례 8건이 적용된다. 정부는 실증을 통해 농작업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직류(DC) 전력망 상용화와 관련 국가표준 마련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해양레저 광역연계형 특구는 경북을 중심으로 부산이 참여한다. 해수욕장에서 항만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레저선박 자율운항과 해양안전 모니터링·무인구조 기술을 검증한다.
레저선박 자율운항은 경북과 부산에서 각각 실증한 뒤 지역을 바꿔 교차 실증한다. 무인 해양안전 모니터링·구조시스템은 경북의 초기 검증에 이어 부산에서 추가 실증해 전국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안전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소관 규제특례 4건이 적용된다.
정부는 이날 규제자유특구 운영체계를 전반적으로 손질하는 '규제자유특구 혁신방안'도 확정했다. 핵심은 특구 지정과 실증 자체에 그치지 않고 실제 규제 개선과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우선 광역연계형 규제자유특구를 2030년까지 총 5곳으로 확대한다. 신규 특구 지정 단계부터 규제부처와 법령 정비 방향을 마련하고 중기부·규제부처·지방정부·전문가·기업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운영한다. 실증이 안정적으로 끝났는데도 규제가 정비되지 않은 과제는 전문가 심의를 거쳐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 정기적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특구 사업자의 부담도 줄인다. 규제부처가 사업자가 이행하기 어려운 부가조건을 무리하게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규제기관이 부과 필요성과 적정성을 입증하도록 한다. 현행 지역특구법에 열거된 규제특례도 전면 재정비해 신기술·신산업 분야의 새로운 특례를 발굴한다.
특구와 지역 산업·창업정책 간 연계도 강화한다. '5극3특' 성장엔진과 관련한 규제특례를 발굴하고 메가특구 지역이 규제자유특구를 신청하면 우선 지정한다. '지역거점 창업도시'에는 지역 산업 특성에 맞는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추진한다. 우수 특구기업에는 자금·기술·판로·해외진출 등을 연계 지원한다.
중기부에 따르면 2019년 제도 도입 이후 올해 7월까지 총 55개 규제자유특구가 지정됐다. 실증 완료 후 규제 정비를 요청한 77개 법규 가운데 63개의 개정이 완료돼 규제 정비율은 81.8%를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대구 이동식 협동로봇 특구는 4년간 실증을 거쳐 이동식 협동로봇의 안전성을 입증했고 이를 토대로 한국산업표준(KS)이 마련됐다.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특구도 원격의료 관련 실증을 통해 제도 개선을 이끌었다. 참여기업 메쥬는 심전도 패치와 2000명 규모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등 사업화 성과로도 이어졌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