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글루타이드' 생쥐 수명 연장…“비만·당뇨 치료 넘어 새 가능성 제시”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비만과 당뇨 치료제의 주요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체중 감량을 넘어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다니카 첸 미국 UC버클리대 교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노령 암컷 쥐에서 신체, 대사, 인지 기능이 향상되고 수명이 연장됐다는 연구 결과를 2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현재 비만 치료제 위고비, 당뇨 치료제 오젬픽 등에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사람으로 치면 60대에 해당하는 생후 20개월 암컷 쥐를 크게 둘로 나눠 실험했다. 한 집단에는 세마글루타이드를 3개월간 투여해 신체·대사·인지 기능을 평가했고, 나머지 집단은 세마글루타이드를 계속 투여해 수명을 확인했다.

그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를 꾸준히 투여한 쥐의 중앙수명은 834일로, 식염수를 투여한 대조군의 중앙수명 742일보다 92일 길었다. 중앙수명은 실험 대상 절반이 사망하고 나머지 절반이 살아 있는 시점의 수명을 뜻한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GLP-1의 작용을 모방한다. GLP-1은 식사 후 뇌에 포만감을 전달해 식욕을 낮추고 혈당이 올라가면 인슐린 분비를 돕는다.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이 작용하는 수용체를 자극해 음식 섭취와 혈당을 조절한다. 최근 GLP-1 계열 약물 연구 범위가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신장·간 질환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수명 연장 가능성까지 확인한 셈이다.

세마글루타이드의 음식 섭취와 혈당 조절 효과는 이번 실험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3개월 동안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쥐는 대조군에 비해 음식 섭취량은 24% 줄었고, 근육량이 유지되면서 체지방이 감소했다. 염증과 노화 유발 물질 등을 측정한 노화 지표도 대체로 개선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단순 칼로리 섭취 감소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GLP-1 계열 약물의 다양한 효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인간 노화에도 해당 효과가 작용하는지 확인하려면 별도의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 역시 추가 연구가 필요함을 전제하면서도 이번 쥐 대상 연구에 기대감을 표했다. 수많은 시도에도 아직 인간의 노화를 늦추거나 수명을 연장하는 치료법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재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세마글루타이드는 식이 섭취를 감소시키는 효과뿐만 아니라 일부 생리 기능과 노화 관련 지표에서 식이 제한만으로 얻어지는 효과를 넘어서는 개선을 나타냈다”면서 “GLP-1 수용체 작용제가 단순한 체중 감소나 식욕 억제를 넘어 노화 과정 자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상열 경희대 의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 핵심은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칼로리 제한 모방제'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라면서 “GLP-1 약물의 심혈관·신장·간 보호 효과가 체중 감량의 부산물이 아니라 영양 감지 경로를 통한 노화 속도 조절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