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이 침대를 청소하고, 잔디를 깎고, 수영장에 떨어진 낙엽을 걷어낸다. 사람을 따라다니며 영상을 찍거나 스포츠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범용 휴머노이드가 한 사람 전체를 대신하기에 앞서 범위가 명확한 개별 작업부터 목적형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집 밖으로 나온 로봇…정원·수영장도 맡는다
기존 로봇 잔디깎이는 잔디밭 경계를 따라 전선을 묻거나 별도 위치기준 장치를 설치해야 했다. 가장자리에는 사람이 다시 손을 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IFA2026에서는 카메라와 라이다(LiDAR)로 정원 지형과 경계를 파악하고 장애물을 피해 움직이는 제품들이 공개됐다.
자동화의 범위도 단순 잔디 절단에서 가장자리 마감과 낙엽 수거 등으로 넓어졌다. 앤커의 유피(eufy)는 정원 모습을 3차원 지도화해 매설형 경계선이나 별도 기지국 없이 이동한다. 5월부터 유럽판매를 개시했다. 세그웨이 나비모우도 카메라와 위치인식 기술로 정원을 이동하며 본체 측면에서 절단부를 내밀어 가장자리까지 깎는다.

중국 안스봇은 아예 정원 관리 기능 여러 개를 한 기기에 합쳤다. 신제품은 잔디깎이 뿐만 아니라 잘린 잔디를 잘게 부수고, 모으고, 쓸어내는 네 가지 작업을 한 번에 수행한다. 한 대의 로봇으로 사계절 마당 관리를 맡기려는 시도도 나왔다. 야르보(Yarbo)의 M 시리즈는 궤도형 주행 플랫폼에 작업별 모듈을 갈아 끼우는 구조다. 여름에는 잔디를 깎고 가을에는 낙엽을 치우며 겨울에는 눈을 치운다.
수영장도 로봇의 새로운 일터가 됐다. 에이퍼(Aiper)는 수영장 바닥과 벽, 수면 경계를 청소하는 스쿠버(Scuba) 시리즈와 수면 위를 떠다니며 나뭇잎과 이물질을 수거하는 에코서퍼 두 가지 제품군을 선보였다. 와이봇(WYBOT)도 수영장 청소 작업의 무인화를 확대했다.
침대 청소도 로봇의 영역이 됐다. 중국 크리에이툴라이즈(Creatulize)는 자동 침대 청소로봇 X1 Pro를 선보였다. 바닥용 로봇청소기의 자율주행 구조를 침대·매트리스 위로 옮긴 제품이다. 침대 위에 올려놓고 시작하면 주행하며 침구 두드림과 흡입, UV-C 살균을 동시에 수행한다. 지난달부터 일본 마쿠아케에서 선행 판매를 개시했다.

◇촬영자까지 대신한다…스스로 따라다니는 카메라
후버에어(HOVERAir)는 휴대용 카메라 'VERSA'를 공개했다. 손에 들면 3축 짐벌 카메라지만 비행 모듈을 결합하면 사용자를 스스로 따라다니며 촬영하는 비행 카메라로 바뀐다. DJI 역시 마찬가지 제품을 시연했다. 여행이나 가족 촬영, 1인 콘텐츠 제작에서 별도 촬영자가 카메라를 들고 이동해야 했던 역할 일부를 기기가 대신한다.
촬영 업무 자체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제품도 등장했다. 엑스봇고(XbotGo)의 팔콘(Falcon)은 축구와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등 10종 이상의 스포츠를 AI로 인식해 선수와 경기 흐름을 따라 촬영한다. 360도 회전 짐벌로 4K 영상을 기록하고 중요한 경기 장면을 AI가 자동으로 골라내 편집한다.

◇사람처럼 생길 필요 없다…'작업 완결'이 경쟁력
로봇 개발의 목표도 달라지고 있다. 종전에는 정해진 동작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술력의 척도였다면 이제는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하나의 작업을 어디까지 끝낼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분위기다.
휴머노이드도 마찬가지다. 사람 형상은 단지 외형일 뿐 실제 제품에서는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에 따라 필요한 기능만 남기는 방향이 나타났다. IFA2026에 등장한 산업용 휴머노이드 가운데 일부는 사람의 두 다리를 버리고 바퀴를 선택했다.
매직랩의 'MagicBot D1'과 XGSynBot의 'XG Z1'은 바퀴형 이동 플랫폼 위에 사람처럼 움직이는 양팔과 몸통을 결합했다. 물류와 부품 운반, 조립 등 제조현장에서 필요한 작업을 겨냥했다. XG Z1은 작업에 따라 로봇팔 끝의 집게나 공구를 바꿀 수도 있다.
중국계 로봇 기업 관계자는 “중국기업 대부분은 IFA2026에서 로봇의 범위를 확장하는데 상당히 공을 들인 경향이 뚜렷하다”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좀 더 완전히 사람의 업무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로봇 뿐만 아니라 가전, 자동차 모든 전자기기가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를린(독일)=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