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문해력 경고등 해법은 '깊이'](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9/09/news-p.v1.20260909.8c1a2ff7de594080b6011d58a97ec694_P3.jpg)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5에서 한국 학생들은 과학·읽기·수학 모두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순위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읽기 성취도 하락이다.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의 읽기 평균 점수는 2022년 515점에서 2025년 501점으로 14점 떨어졌다. 상위 성취수준 학생은 줄고 하위 성취수준 학생은 늘었다.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OECD 회원국의 읽기 평균 점수 역시 하락했다. 2022년 코로나19에 따른 학습결손 속에서도 한국 학생들의 성취도는 비교적 선방했지만, 이번에는 세계적인 하락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특정 국가의 교육정책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학생들이 '어떻게 읽고 있는가'다. OECD의 추가 분석에서는 정확하고 유창하게 읽는 학생 비율이 줄어든 반면, 글을 충분히 읽지 않고 빠르게 답하는 '성급한 독자(hasty readers)' 비율은 약 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도 디지털 매체 노출과 읽기 동기·행태 변화 등이 고차원적 읽기 능력 저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해력 대책은 단순히 '책을 더 많이 읽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읽기의 양뿐 아니라 방식이다. 긴 글을 끝까지 읽고, 핵심을 스스로 찾고, 정보의 진위를 의심하고, 자신의 언어로 다시 설명하는 '깊이 읽기'를 수업 안에서 훈련해야 한다.
앞으로 AI가 일상과 교육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깊이 읽는 훈련은 더 중요해진다. 읽기 연구에서는 이미 속도와 이해 사이의 '상충 관계(trade-off)'가 지적돼 왔다. 읽는 속도를 지나치게 높이면 이해도와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는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몇 초 만에 요약하며 정보 습득의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AI 시대 희소한 자원은 속도가 아니라 깊이다.
문해력 경고등을 끄려면, 디지털 세대에게 깊이 있게 읽는 힘을 가르쳐야 한다. 빠르게 답을 찾는 세상에서도 천천히 읽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과 연계 독서교육 또한 단순히 독서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읽기 방식의 변화까지 겨냥하기를 바란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