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이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똑똑한 동료'로 자리잡고 있다. 환자의 이상 징후를 24시간 감시해 위험을 알리고, 영상 판독 결과를 문장으로 작성하는 생성형 AI까지 등장했다. 최근에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기록하고 필요한 의료정보를 먼저 제시하는 AI 기반 전자의무기록(EMR)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하는 분야는 웨어러블 기반 환자 모니터링이다. 씨어스의 '씽크', 메쥬의 '하이카디', 휴이노의 '메모 큐' 등이 상급종합·병원부터 지역 종합병원과 요양병원까지 파고들고 있다.

웨어러블 모니터링 솔루션은 환자 가슴에 부착한 센서로 심전도와 심박수, 호흡수, 체온, 산소포화도 등을 실시간 수집한다. AI가 생체신호를 연속 분석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의료진에게 알림을 보낸다. 간호사가 병실에 없거나 환자가 격리병실에 있어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수집한 생체신호를 병원정보시스템(HIS)·EMR과 연동하면 반복적인 측정과 수기 입력 업무도 줄일 수 있다. 환자 관리 방식이 정해진 시간에 병실을 순회하는 형태에서 AI가 선별한 고위험 환자에게 우선 대응하는 형태로 바뀌는 것이다.
씽크는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해 전국 200여개 의료기관에 도입됐다. 한양대병원은 서울권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전 병상에 씽크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하이카디는 국내 상급종합병원 절반 이상에 공급됐다. 전남대병원은 신경외과와 흉부외과, 정형외과, 호흡기내과 등 주요 진료과 236개 병상에 하이카디 플러스를 포함한 스마트병상 솔루션을 도입했다. 요양병원과 지역 종합병원에서도 의료진이 중앙 시스템을 통해 다수 환자를 동시 관리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부정맥 고위험 환자를 실시간 감시하는 '원격 심박기술에 의한 감시' 항목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받았다.

의료 AI는 환자 모니터링과 영상 판독을 넘어 진료실로도 들어오고 있다. 의사가 진료 내용을 직접 입력하고 과거 기록을 일일이 찾아보던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기록하고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먼저 제시하는 형태다.
GC메디아이의 '의사랑 AI'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기록 업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의료 용어에 특화된 음성인식 기술로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 기록한 뒤 주관적 정보와 객관적 정보, 평가, 치료계획으로 구성된 SOAP 형식의 진료기록으로 자동 정리한다. 의료진은 차트 작성에 쓰는 시간을 줄이고 환자와의 소통과 임상적 판단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업계는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병원 운영과 임상 의사결정, 환자 관리를 연결하는 핵심 기반으로 활용하는 'AI 네이티브 병원'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개별 솔루션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중심으로 의료진의 업무 흐름과 병원 운영체계 전반을 재설계한 미래형 병원을 얼마나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구현하느냐가 핵심 경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