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자율주행, '달리는 기술'만으론 부족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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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율주행 실증 규모를 대폭 키운다. 광주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실증도시를 5~6곳으로 확대하고, 지원 차량도 대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복잡한 도심에서 다양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해 자율주행 기술을 끌어올리고 상용화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충분한 실증은 필수다. 정해진 노선을 반복해서 달리는 것만으로는 실제 도로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돌발상황을 학습하기 어렵다. 도시 전체를 실증공간으로 넓히고 지역과 주행환경을 다양화하려는 정부의 방향은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한 시도다.

실증 규모가 커지는 만큼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도 넓힐 필요가 있다. 기술적으로 달릴 수 있는지를 넘어 실제 이용자의 선택을 받는지, 지속 가능한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최근 글로벌 모빌리티 콘퍼런스에서 자율주행 상용화를 '차가 스스로 달리는가', '사람이 실제 타는가', '도시가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라는 세 단계로 구분했다. 기술 검증이 상용화의 출발점이라면 이용성과 지속가능성은 그다음 관문인 셈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시행착오가 나왔다. 리투아니아는 수도에서 자율주행 배달차를 시험했지만 기대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했다. 사람이 문 앞까지 물건을 가져다주는 기존 서비스에 익숙한 이용자에게 자율주행이라는 신기술만으로는 서비스를 바꿀 이유가 되지 못했다.

정부도 자율주행의 수요처를 찾고 있다. 박준형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콘퍼런스에서 자율주행을 기존 버스·택시의 단순 대체재가 아닌 철도·간선급행버스체계(BRT)와 연계하거나 농촌, 수요가 적은 시간대를 보완하는 교통수단으로 제시했다. 서울 새벽 자율주행버스에 이용객이 몰리는 사례도 언급했다. 기존 교통이 채우지 못한 빈틈에서 자율주행의 쓰임새를 찾겠다는 방향은 맞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대규모 실증의 성과로 구체화하는 일이다. 지역과 시간대별 이용량은 물론 기존 교통수단을 얼마나 보완했는지, 반복 이용으로 이어지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실증도시가 늘어날수록 어떤 서비스가 선택받고 어떤 서비스가 외면받는지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도 쌓인다. 주행 데이터와 이용 데이터를 함께 축적해야 기술 실증이 상용화 모델로 이어질 수 있다.

자율주행의 목적은 사람 없이 달리는 자동차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이 필요할 때 선택하는 교통수단이 돼야 일상에 자리 잡는다. 실증의 성과 역시 몇 대를 투입하고 얼마나 달렸는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기술의 가능성과 함께 이용자의 선택까지 증명하는 실증이 필요한 때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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