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만명 신도시 취수원부터 상·하수도까지 구축·운영
지하수저류댐·AI 정수장 등 ‘K-물관리’ 패키지
연내 본계약 기대…국내 물산업 동반진출 청신호

한국수자원공사가 필리핀 국가 핵심 신도시인 뉴클락시티에서 총 1조원 규모 물 인프라 수주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필리핀 최초 지하수저류댐부터 인공지능(AI) 정수장, 스마트 관망관리까지 국내 첨단 물관리 기술을 패키지로 수출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최종 계약이 성사되면 국내 물산업 기업의 필리핀 시장 동반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수공은 14일 필리핀 타기그시 기지전환개발청(BCDA) 본사에서 뉴클락시티 물 인프라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OPS) 지위를 공식 확보했다고 밝혔다.
윤석대 수공 사장은 이날 조슈아 빙캉 BCDA 청장으로부터 OPS 지위 수여서를 전달받았다. 수자원공사는 현지 수도사업자인 메이닐라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한다.
OPS 확보에 따라 향후 제3자가 경쟁 제안을 내놓더라도 수공 컨소시엄에는 계약 우선권이 보장된다. BCDA는 미군 반환 기지 개발과 뉴클락시티 조성을 총괄하는 필리핀 대통령실 산하 국책기관이다.
뉴클락시티는 마닐라의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마닐라 북서쪽 약 100㎞에 94.5㎢ 규모로 조성하는 미래형 신도시다. 향후 약 86만명이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물 인프라 구축에는 1조원대가 투입된다. 이번에 우선협상권을 확보한 핵심 1단계 사업은 약 3500억원 규모다. 취수원부터 상·하수도까지 물 인프라 전반을 건설하고 운영·관리하는 민관협력(PPP) 사업이다.
특히 필리핀 최초 '지하수저류댐'을 비롯해 정수처리 전 과정을 AI가 자율 제어하는 'AI 정수장', 누수 손실을 줄이는 '스마트 관망관리(SWNM)' 등 한국형 첨단 물관리 기술을 적용한다.

수공은 2024년 8월 타당성 조사에 착수해 올해 1월 최종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고 BCDA와 기술·재무 협상을 진행했다. 지난해 BCDA 고위급 대표단이 한국의 화성 AI 정수장과 스마트 도시 모델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최종 계약까지는 필리핀 PPP법에 따른 비교제안 공모인 '스위스 챌린지' 절차가 남았다. 제3자에게 경쟁 제안 기회를 주되 기존 사업제안자인 수자원공사 컨소시엄에 계약 우선권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BCDA는 후속 절차를 거쳐 연내 계약 체결을 기대하고 있다. 수공도 내부 최종 사업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본계약이 성사되면 국내 물산업 기자재·엔지니어링 기업의 해외 동반진출 효과도 기대된다.
수공은 이번 사업을 교두보로 뉴클락시티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를 비롯해 해수담수화, 수력발전소 인수, 양수발전, 수상태양광 등 필리핀 신규 투자사업도 추진한다.
윤 사장은 “대한민국이 축적해 온 첨단 AI·스마트 물관리 기술력이 필리핀 국가 핵심 신도시 개발에서 공식적으로 신뢰를 인정받은 성과”라며 “남은 절차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