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실행 역량을 재차 역설했다. AI가 단순 기술 트렌드를 넘어 LG 핵심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민한 투자 계획을 주문했다.
17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전날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LG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AI는 더 이상 선택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미래 승부처에서 이길 수 있도록, 사장단이 빠른 속도와 집요한 실행력을 갖춰 달라”고 주문했다.
사장단 회의에는 구 회장 이외에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AI 시대 산업·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전략 고도화 방안을 논의했다. AI로 재편되는 산업 환경을 점검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방향과 실행 방안에 대해 약 8시간 동안 토론했다.
사장단은 명확한 지향점과 포트폴리오 전략을 바탕으로 투자 방향을 정하고, 시장·경쟁·기술 변화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와 검증 과정을 정교화해 의사결정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도 투자 기회를 적기에 포착하고, 필요 영역에 자원과 역량을 과감히 집중하는 실행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구 회장이 LG 사장단 회의에서 AI 투자 계획과 추진력을 강조한 건 AI가 피지컬 AI·AI 팩토리·차세대 모빌리티 등에서 실제 사업 기회와 수익 기반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엔비디아와 협업을 바탕으로 내년 1분기 공개를 목표로 피지컬 AI 핵심 제품인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LG CNS 로봇 플랫폼 '피지컬웍스'를 활용, 로봇 데이터 팩토리 실증도 추진 중이다.
LG전자 냉각 기술,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LG CNS와 LG유플러스의 설계·운영 노하우 등을 결합해 AI 데이터 팩토리도 구축할 예정이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AI 기술을 융합한 AI 중심 자동차(AIDV)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LG가 AI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구 회장이 직접 투자 방향과 실행 전략을 정교하게 점검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LG그룹 미래 먹거리로 AI·바이오·클린테크(ABC)를 강조하고 있다.
앞서 구 회장은 3월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도 속도감 있는 AI 추진을 당부했다.
구 회장은 당시 AI 전환(AX) 실행을 주문하며 “AX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이며,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하기에 사업 임팩트가 있는 곳에서 작은 것이라도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사장단은 회의에서 최근 AI 투자와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쟁과 관련, LG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고 실질적인 삶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AI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도 의견을 모았다.
LG는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위해 3월 AX, 6월 Winning R&D, 9월 투자 전략 등 분기별 핵심 아젠다를 선정해 사장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연구원장은 간담회에서 “AI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나타나는 사회 급변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AI 개발은 계속돼야 하고, 사회 생태계에서 AI 기술 발전을 어떻게 수용할지 깊이 고민하기 위해 LG AI연구원은 매년 윤리 책무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