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의료원 “병원 중심 신약개발 플랫폼 승부”…발굴·임상 잇는 허브로

신약 개발 중심축이 제약사에서 병원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환자 임상·병리 정보, 유전체, 치료 결과를 보유해온 병원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까지 주도해야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철호 아주대의료원 첨단의학연구원장(아주대 콰트로정밀의약연구원장)은 “앞으로는 병원을 중심으로 신약개발 전주기 플랫폼이 구축되는 흐름이 빨라질 것”이라며 “병원이 핵심 허브를 맡고 제약·바이오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각자의 전문성을 결합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철호 아주대의료원 첨단의학연구원장(아주대 콰트로정밀의약연구원장)
김철호 아주대의료원 첨단의학연구원장(아주대 콰트로정밀의약연구원장)

현재 신약 개발은 제약사가 유망 표적을 발굴하고 후보물질 설계, 비임상, 임상을 이어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바이오벤처가 초기 연구를 수행하면 글로벌 제약사가 유망 기술이나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많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질병 표적과 후보물질을 찾는 기업도 늘고 있다.

김 원장은 이 같은 흐름의 다음 단계로 '병원 중심 신약 개발'을 제시했다.

그는 “임상적 미충족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사가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며 “방대한 임상데이터를 축적한 병원이 AI 신약 개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주대의료원은 콰트로정밀의학연구원을 중심으로 병원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의대, 약대, 공대, 자연과학대, 첨단바이오융합대학의 연구 역량을 결합해 신약 표적 발굴부터 비임상, 의약품 제조·품질관리(CMC), 임상시험까지 연결하는 전주기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원장은 “아주대는 전통적으로 공학 분야가 강하고 의료원은 연구중심병원을 10년 이상 운영하며 신약개발 경험을 축적했다”며 “의료원의 임상 역량과 대학의 공학·약학·바이오 연구 역량을 합치면 병원 중심 신약개발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약개발 병목으로 꼽히는 CMC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바이오벤처가 유망한 후보물질을 확보하더라도 임상시험에 사용할 의약품을 일관된 품질로 생산하고 관련 자료를 갖추지 못하면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기 어렵다.

아주대의료원은 동탄 바이오클러스터 등 외부 인프라와 연계해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CMC와 임상시험 역량을 통합할 계획이다. 병원 내부에 모든 시설을 구축하기보다 대학·병원·기업·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방식으로 전주기 플랫폼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김 원장은 “어떤 기관도 신약개발의 모든 기능을 혼자 갖추기는 어렵다”며 “병원이 전체 개발 방향을 설정하고 각 분야 전문기관을 연결하는 수퍼바이저이자 플랫폼 운영자 역할을 해야한다”고 했다.

김철호 아주대의료원 첨단의학연구원장(아주대 콰트로정밀의약연구원장)
김철호 아주대의료원 첨단의학연구원장(아주대 콰트로정밀의약연구원장)

신약개발에 AI도 활용한다. 아주대의료원은 LG AI연구원과 공동연구실을 개소하고, LG AI 모델 '엑사원'에 의료원의 임상·유전체 데이터를 결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4개 연구팀이 신약 표적 발굴과 데이터 통합·분석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 같은 병원 중심 신약개발 체계가 전통적인 병원 수익 구조도 바꿔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수입 대부분을 진료에 의존하는 한계에서 벗어나 해외 주요 병원처럼 특허, 기술이전, 창업기업 지분 등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앞으로 초개인화 의료가 발전하면 소수 혹은 단 한 명의 환자를 위한 치료제까지 등장할 수 있다”며 “환자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임상시험까지 수행할 수 있는 병원이 신약개발 생태계의 중심 허브가 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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