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44〉K-언더웨어의 세대교체, 베리시(Verish)

2021년 시작한 브랜드가 지난해 매출 915억 원을 기록하며 창업 5년 만에 '1000억 브랜드' 입성을 앞두고 있다. 바로 베리시의 이야기다.

와이어리스 브라에서 시작한 베리시는 이제 언더웨어를 넘어 어패럴까지 아우르며 라이프웨어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증명한 제품력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베리시가 지난 5년간 만들어온 성장의 기록과, 그다음 단계로 향하는 변화를 따라가봤다.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44〉K-언더웨어의 세대교체, 베리시(Verish)
와이어리스 브라 시장에서 발견한 가능성

이성은 딥다이브 대표가 베리시를 론칭한 것은 2021년, 온라인 와이어리스 브라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하면서였다. 당시에도 와이어 없는 브라를 선보이는 온라인 언더웨어 브랜드들은 존재했지만, 착용감과 품질 모두에서 소비자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제품은 많지 않았다. 시장은 이미 형성되어 있었지만, 제품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불편함이 남아 있었던 셈이다.

대기업 브랜드들이 오랫동안 장악해온 언더웨어 시장에서 베리시는 정교한 핏과 소재, 편안한 착용감이라는 제품의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했다. 대규모 투자나 마케팅보다 제품 자체의 완성도로 소비자의 선택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 론칭 초기부터 이어져온 전략이었다.

편안함에서 스타일로, ‘SHAPE THROUGH LAYERS’

베리시가 새롭게 제시하는 브랜드 에센스는 'SHAPE THROUGH LAYERS'다. 몸에 가장 가까운 언더웨어부터 어패럴까지, 서로 다른 레이어를 더하며 각자의 형태와 스타일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는 언더웨어를 넘어 라이프웨어로 확장해 나가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그 출발점은 처음부터 집중해온 편안한 착용감과 정교한 핏이다. 몸의 움직임을 고려한 소재와 구조,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만드는 설계를 기본으로 컬러와 디자인을 더해 각자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기능과 스타일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치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베리시의 기준이다.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44〉K-언더웨어의 세대교체, 베리시(Verish)
고객이 곧 제품이다, 프로세스를 뒤집은 브랜드

베리시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제품을 만드는 방식에 있다.

기존 언더웨어 브랜드가 제품을 먼저 만들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렸다면, 베리시는 고객의 목소리에서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실제 착용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요구를 제품에 빠르게 반영하면서 상품 적중률을 높여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그니처 제품 '쿨핏브라'다. 무봉제 방식과 노와이어 설계로 편안한 착용감을 구현한 쿨핏브라는 지그재그 언더웨어 부문 판매 1위에 오르며 누적 170만 장이 판매됐다. 이후 '패드가 일체형이었으면 좋겠다'는 고객의 요청을 반영해 선보인 '쿨핏브라 볼륨핏' 역시 출시와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그 반응을 다시 다음 제품에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경쟁력을 만들어왔다. 그 결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자사몰 누적 회원 수 110만 명, 재구매율 30%로 탄탄한 고객 기반을 확보했으며, 업계 최단기간에 온라인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대한민국기업대상 여성 언더웨어 브랜드 부문 '제품혁신' 분야 대상을 받으며 제품력도 인정받았다.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44〉K-언더웨어의 세대교체, 베리시(Verish)
언더웨어의 성공 공식을 라이프웨어로

언더웨어에서 증명한 베리시의 제품 경쟁력은 라이프웨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 가능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이즈핏(Ease Fit)'이다.

이즈핏은 베리시가 언더웨어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담은 어패럴 라인이다. 몸을 편안하게 감싸는 착용감에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한 디자인을 더해, 일상과 액티브를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확장은 단순히 더 많은 종류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언더웨어에서 쌓아온 편안함과 핏의 기준을 다양한 형태로 이어가며, '속옷 브랜드'에서 '라이프웨어 브랜드'로 브랜드의 역할 자체를 넓혀가는 과정이다.

이즈핏은 론칭 직후 히어로 아이템 '커버업 후디'가 자사몰 1시간 내 외부몰 당일 품절되며 빠르게 시장 반응을 확인했다. 이후 긴 예약 발송 기간에도 무신사·29CM 랭킹 상위권을 유지하며 라이프웨어 확장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즈핏의 성공은 베리시에게 단순히 새로운 제품군 하나가 자리 잡았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언더웨어에서 소비자에게 선택받았던 '편안함과 핏'이라는 경쟁력이 다른 카테고리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다.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는 브랜드 경험

온라인 자사몰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베리시는 최근 오프라인에서도 빠르게 접점을 넓히고 있다.

강남 도산대로에 첫 플래그십 '베리시 도산'을 연 데 이어 성수동에 두 번째 플래그십을 오픈했다. 성수 플래그십은 오픈 첫 달부터 5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오프라인에서도 브랜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세 번째 플래그십 '베리시 안국'은 글로벌 고객과의 접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플래그십 매출의 절반이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발생하고 있어, 안국점 역시 향후 글로벌 확장을 위한 주요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6년 9월 중순에는 약 300평, 4층 규모의 성수 2호점도 오픈했다. 1층에는 베리시가 새롭게 선보이는 '카페 베리시(Cafe Verish)'가 함께 문을 열며, 제품 판매를 넘어 F&B와 공간까지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더욱 확장했다.

베리시는 오프라인을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경험하기 어려웠던 제품의 소재와 핏을 직접 경험하고, 동시에 브랜드의 감각과 라이프스타일을 입체적으로 만나는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오프라인에서 얻는 정성적인 고객 반응을 다시 제품과 브랜드 경험에 연결하면서 두 채널이 서로를 보완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44〉K-언더웨어의 세대교체, 베리시(Verish)
서울을 넘어 제주로, 콘텐츠가 된 오프라인 매장

도산과 성수, 안국으로 이어진 베리시의 오프라인 여정은 제주까지 확장됐다. 2026년 6월 신제주와 애월에 두 개의 플래그십을 동시에 열었다. 신제주점은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원형 피팅룸을 브랜드를 상징하는 오브제로 활용했다. 층마다 서로 다른 소재와 컬러를 적용해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경험하도록 설계했다.

애월점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베리시가 처음 선보인 '콘텐츠 기반 플래그십'으로, 바다와 맞닿은 대지 위에 제주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었다. 콩자갈을 밟는 소리부터 바람에 흔들리는 조경까지 공간을 구성하는 감각적인 요소를 세심하게 설계하고, '만다린'과 '그린'을 중심으로 기존 언더웨어 매장과는 다른 인상을 만들었다.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공간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 콘텐츠로 만드는 것. 온라인에서 출발한 베리시의 브랜드 경험은 서울을 넘어 제주에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44〉K-언더웨어의 세대교체, 베리시(Verish)
베리시가 써 내려가는 K-라이프웨어의 새로운 공식

전통적인 언더웨어 시장에서 출발한 베리시는 기능성과 감도 높은 디자인을 동시에 갖춘 제품을 앞세워 시장의 변화를 만들어왔다.

지그재그를 통한 지난 5월 한 달간 언더웨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했고, 쿨링 브라탑과 쿨링 브라 역시 높은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베리시를 설명하는 범위는 더 이상 언더웨어에만 머물지 않는다.

제품군을 확장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26년 4월 진행한 홍콩 첫 팝업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며 총 28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해외 사업 전반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같은 해 3분기(7~9월) 해외 매출 비중은 35%로 전년 동기 10% 대비 3.5배 수준을 기록했다.

론칭 이후 꾸준히 성장해온 베리시는 언더웨어에서 라이프웨어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서울에서 제주로, 그리고 국내에서 글로벌로 브랜드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고객의 불편함에서 제품 개발을 시작하고, 편안한 착용감과 정교한 핏으로 제품력을 증명한 뒤, 그 경쟁력을 다시 일상의 다양한 레이어로 확장하는 방식. 'SHAPE THROUGH LAYERS'는 이러한 베리시의 다음 성장을 보여주는 방향이기도 하다. 몸에 가장 가까운 하나의 레이어에서 시작한 브랜드가 앞으로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넓게 채워갈지, 베리시의 다음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이사 · 변리사 jmk@wegofair.com

위고페어 김종면 대표이사
위고페어 김종면 대표이사

[ 필자 소개 ] IP 및 브랜드 보호 전문가로, 한국IBM 시스템엔지니어와 독일 IP분야 로펌인 Stolmar&Partner 한국변리사로 근무했다. 변리사로서 국내외 IP보호 경험을 바탕으로 AI기반 온라인 브랜드보호 플랫폼 '위고페어(Wegofair) 플랫폼'을 개발, 위조상품 유통 방지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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