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딜라이브' 대주주 문제도 상당부분 귀책”…18년간 등기임원 MBK 김광일 역할은(?)

방미통위, 딜라이브 외부 투자유치 구체성 부족·근본적 재무개선 대책 '미흡' 판단
방미통위 위원 “최대주주, 인수 후 2,846억 배당받아…대주주 문제도 상당부분 귀책”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처한 케이블방송 업체 딜라이브의 부채비율 감축 계획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MBK파트너스 등 대주주 측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방미통위 회의 과정에서 딜라이브의 재무구조 악화와 관련해 과거 대규모 차입을 동반한 인수와 이후 실시된 거액의 배당 등이 거론되면서, MBK파트너스 측 인사로 장기간 딜라이브 이사회에 참여한 김광일 MBK 부회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부회장은 2008년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8년간 딜라이브 등기임원으로 재직했다. 최근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 부회장은 여러 회사의 등기임원 등 주요 보직을 동시에 맡아 과다겸직 논란에도 휩싸인 바 있다.

23일 방미통위 전체회의 속기록 등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딜라이브의 재무구조 악화를 유료방송시장 침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대주주의 책임을 직접 거론했다.

방미통위는 지난 2일 전체회의에서 '딜라이브 재허가조건 이행계획 승인에 관한 건'을 심의하고 불승인하기로 의결했다. 방미통위에 따르면 2025년 딜라이브 재허가 당시 부과한 재허가 조건인 부채비율 감소방안의 승인 여부를 심의한 결과, 외부 투자유치 등 핵심 과제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근본적인 재무개선 대책으로도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같은 날 열린 브리핑에서 방미통위는 “자본금 확대 등을 포함한 부채비율 감축 목표 및 이행 방안을 3개월 이내에 제출·승인받도록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미통위서 대주주 책임론…“2,846억원 배당받았지만 2년째 완전자본잠식”

딜라이브 법인등기사항증명서에 따르면 김광일 MBK 부회장은 2008년 3월 딜라이브 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2011년 3월 기타비상무이사로 중임했고 2014년, 2017년, 2020년, 2023년 잇달아 중임했다. 기타비상무이사 임기는 올해 3월 30일 만료됐다.

MBK 등이 씨앤엠(현 딜라이브)을 인수한 시기부터 최근까지 약 18년에 걸쳐 김 부회장이 딜라이브 이사회에 참여한 셈이다.

방미통위 회의에서도 딜라이브의 재무구조 악화와 관련해 대주주의 책임을 묻는 발언이 잇따랐다.

방미통위 속기록최수영 위원은 “최대주주는 인수 이후에 2846억원을 배당받았지만 회사는 현재 2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최대주주의 구체적인 증자나 자금 지원 없이 비용 절감하겠다, 자산 매각하겠다, 채권단의 유예만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은 정말 사상누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은 이어 “딜라이브가 제출한 부채비율 감소방안은 당연히 불승인해야 한다고 본다”며 “유료방송시장의 어려움도 있지만 이것은 대주주에 대한 문제도 상당 부분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해서 우리 위원회가 조금 더 엄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근 위원도 “2008년도에 MBK와 맥쿼리가 씨앤엠을 인수하지 않았느냐”며 “여기서 배당금을 보면 MBK와 맥쿼리가 3000억 정도 가져간 것으로 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속기록에 따르면 이 위원은 “MBK라는 회사 자체가 제가 보기에 홈플러스도 있지만 시장에서 하는 정책이 뭐냐 하면 약간 되는 기업을 인수해서 자산을 다 빼가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여기도 기업사냥을 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채비율 감소방안도 있는데 9,000%나 1,000%나 기업 입장에서 보면 200% 이상 되는 기업들은 거의 다 위험한 기업”이라며 “MBK와 맥쿼리에 대해 강한 메시지를 이번에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장기간 다수 기업의 주요 보직을 동시에 맡아온 사실도 주목된다.

지난해 2월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비롯해 딜라이브, 네파, 롯데카드, 오스템임플란트 등 다수 기업의 등기임원을 동시에 맡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스틴베스트는 김 부회장의 겸직 현황을 대표이사 1개사, 공동대표이사 2개사, 사내이사 1개사, 기타비상무이사 13개사, 기타비상무이사 겸 감사위원 1개사 등으로 집계했다.

당시 서스틴베스트는 김 부회장의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안에 반대를 권고하면서 “과다한 겸임으로 인해 기타비상무이사로서 충실 의무를 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도 대주주 문제 제기…MBK “시장 구조적 침체에 따른 결과”

노동계도 LB딜라이브가 인수 이후 차입 부담 등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겪은 기간과 김 부회장의 등기임원 재직 기간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측면에서 김 부회장이 장기간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 감독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가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다.

노동계에서도 과거 MBK 등이 씨앤엠(현 딜라이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활용한 차입매수(LBO) 방식이 재무구조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지난해 6월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딜라이브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채권단과 사측에 출자전환 협의를 요구했다.

당시 심복 딜라이브 노동조합 정책부장은 “딜라이브는 2000년대 후반 사모펀드 인수 이후 지금까지 4,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짊어진 상태이며 이는 현재도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상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기술·장비투자 여력이 없어 통신 인프라가 노후화되고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MBK파트너스 측은 딜라이브의 현 재무상황을 과거 대주주의 경영이나 배당 문제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MBK 측은 “딜라이브는 2016년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 이후 지난 10년간 대주단의 실질적인 관리·감독 하에 운영돼 온 구조로, 특정 주주가 독단적으로 경영을 좌우하거나 자금을 유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거론된 배당 역시 십수 년 전 정상 경영 시기에 다수의 주주들에게 집행된 것이며, 현재의 재무구조 악화는 유료방송 시장의 구조적 침체에 따른 결과로 알고 있다”며 “딜라이브와 대주단이 실질적인 부채비율 감소 방안을 성실히 재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딜라이브 로고.
딜라이브 로고.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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