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두 번 담합하면 영업정지…17개 업종 '시장퇴출' 제재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복담합 근절을 위한 입법 추진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복담합 근절을 위한 입법 추진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년 안에 두 차례 이상 담합한 기업에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다. 소방시설·전기공사·석유판매·의약품 제조·여객 및 화물운송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17개 업종이 대상이다. 과징금 중심이던 담합 제재를 사업 자격 제한까지 넓혀 반복 담합의 비용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반복 담합 근절 입법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담합 억지력과 적발률, 시정조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거래법과 17개 개별법을 함께 손질한다.

가장 큰 변화는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영업정지·등록취소 제도다. 사업자가 5년 이내 두 차례 이상 담합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관계 부처에 등록취소나 영업정지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에 근거를 마련한다. 관계 부처는 개별법에 처분 근거를 신설해 실제 제재에 나선다.

대상은 안전·생명, 에너지·산업, 환경, 운송 등 4개 분야 17개 업종이다. 소방시설업과 전기공사업, 설계·감리업, 측량업은 등록취소와 영업정지가 모두 가능해진다. 의약품 제조·수입업과 고압가스제조업, 석유정제·판매업, 폐기물처리업, 여객·화물운송업 등 13개 업종에는 영업정지 제재를 도입한다.

담합을 뒤늦게 적발하더라도 제재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사건의 처분시효를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다. 조사 개시 이후 5년인 시효까지 고려하면 최장 처분 가능 기간은 12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다.

담합으로 오른 가격을 되돌리는 장치도 강화한다. 공정거래법에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으로의 가격 재결정'을 시정조치 유형으로 명문화한다. 공정위는 현재도 '그 밖에 필요한 시정조치'를 근거로 가격재결정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사업자가 충분히 가격을 내리지 않았을 때 시정명령 불이행으로 볼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올해 인쇄용지와 밀가루, 전분당 담합 사건에서 활용한 가격재결정명령에 별도 법적 근거를 두는 셈이다. 담합 적발 이후 과징금을 부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곡된 시장가격 자체를 되돌리는 데 무게를 싣는다.

자진신고자(리니언시)에 대한 혜택도 일부 축소한다. 담합을 먼저 신고한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과 고발 감면은 유지하되 시정조치 감면은 없앤다. 가격재결정명령 등을 자진신고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 담합 참여 기업 모두가 경쟁질서 회복 조치를 이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 분야 입찰 감시망도 넓힌다. 공정위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BRIAS)에 입찰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기관에 교육청을 추가한다. BRIAS는 입찰방식과 참가자, 투찰률·낙찰률 등을 계량 분석해 담합 징후를 포착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나라장터의 교육청 발주 정보는 조달청 협조로 연계하고 있지만 법적 제출 의무는 없다.

이번 대책은 올 상반기 설탕·밀가루·전분당·인쇄용지 등 대규모 담합이 잇따라 적발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공정위에 따르면 관련 매출액은 설탕 3조2000억원, 밀가루 5조8000억원, 전분당 6조원, 인쇄용지 4조원 등에 달한다. 설탕과 밀가루, 제지 분야는 과거에도 담합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어 과징금만으로 반복 행위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당정은 5개 제도 개선을 담은 공정거래법과 17개 개별법 개정안을 패키지로 발의하고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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