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개발 속도조절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미국 백악관과 주요 AI기업 경영진이 안전한 AI 활용을 기업 자율 통제에 맡기기로 합의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과 AI·테크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과 오찬 회동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급속한 AI 발전에 따른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AI 안전과 규제 방향을 논의한 끝에 법적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기업의 자율 통제에 무게를 두는 방향성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날 오찬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리사 수 AMD CEO,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사장 등이 참석했다.
AI기업들은 자율 안전관리 원칙에 합의했다. 존슨 의장은 참석 기업들이 AI 기술 표준에 관한 '협약(accord)'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협약 전문과 구체적인 기술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법적 규제가 아닌 자율 규제로 '도덕적 구속력을 갖는 헌법'에 비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면에서는 헌법과 같다”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서명했고, 대통령으로서 나도 서명했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하나의 보호장치”라고 말했다. 이어 “약 10명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전체 AI 산업을 감독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 구성·권한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업 내 '상당한 수준의 자율 통제'를 위한 기구가 탄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일부 위원으로 이날 참석한 경영진을 임명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사한 뒤 이를 이사회 차원에서 감독하는 방향성도 제시됐다. 저커버그 CEO는 “기업들이 AI 시스템에 강력한 내부 통제장치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AI 개발 자체를 억제하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는 데 부정적 입장을 유지했다. AI 악용이나 범죄는 기존 법률과 법무부·연방수사국(FBI) 등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기술 성장을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과 AI 거버넌스 등 협약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번 합의는 최근 AI기업 내부에서도 통제 불능 가능성과 안전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는 상황에서 백악관과 업계가 찾은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직접 개발 속도를 제한하기보다 기업 내부 통제 등을 강화하는 자율규제 모델을 우선 적용하는 방향으로 접점을 찾은 것이다.
앞서 앤트로픽과 오픈AI 등 주요 AI기업에서 정부 차원 안전기준 수립 필요성을 강조해온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가 중국과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