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팹 스마트서비스사업] 반도체 공정, AI로 결과 확인…실험 줄이고 개발속도 높인다

알세미의 알스피어(AlsphereAI)를 활용한 반도체 4대 핵심 공정 예측·분석 개요. (알세미 제공)
알세미의 알스피어(AlsphereAI)를 활용한 반도체 4대 핵심 공정 예측·분석 개요. (알세미 제공)

반도체 제조 공정의 복잡성이 높아지고 초미세화·고집적화 기술 경쟁이 심화하면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정 예측과 최적화 기술이 차세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는 포토, 식각, 박막 증착, 이온주입 등 수많은 공정이 복잡하게 연결되는 고난도 작업이다. 공정마다 온도와 압력, 시간, 가스 농도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고 앞선 공정의 미세한 변화가 후속 공정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기존에는 숙련된 엔지니어가 경험을 바탕으로 공정 조건을 설정하고 실제 웨이퍼를 이용한 반복 실험을 통해 최적의 조건을 찾아왔다. 그러나 반도체 소자가 미세화되고 3차원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실험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공정 데이터의 상당 부분이 기업의 핵심 기술정보로 관리되는 점도 기술 개발의 제약 요인이다. 대규모 생산시설과 공정 데이터를 확보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나 대학·연구기관은 공정 최적화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물리 기반 AI와 디지털 트윈 기술이다. 실제 반도체 공정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고, 가상 환경에서 다양한 공정 조건을 시험함으로써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실험 횟수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AI가 공정 결과를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 엔지니어가 원하는 목표에 맞춰 최적의 공정 조건을 스스로 찾아가는 'AI 에이전트(Agentic AI)'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공 연구기관과 민간 전문기업이 공동 개발한 반도체 공정 AI 플랫폼의 실증을 완료하고 차세대 자율 공정 개발 기술 확보에 나서면서 반도체 제조 혁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소자·공정 AI 솔루션 전문기업 알세미(대표 조현보)가 반복 실험에 의존하던 기존 공정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가상 환경에서 다양한 조건을 검증하고 최적의 실험 조건을 선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알세미는 나노종합기술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공동 개발한 반도체 공정 AI 플랫폼 '알스피어(Alsphere)'의 나노팹 실증을 완료했다. 이번 기술 개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팹 스마트 서비스 사업'을 통해 추진됐다.

알스피어(Alsphere)와 기존 공정 시뮬레이터 및 TCAD 및 기반 접근 방식 비교표. (알세미 제공)
알스피어(Alsphere)와 기존 공정 시뮬레이터 및 TCAD 및 기반 접근 방식 비교표. (알세미 제공)

알스피어는 공정 조건에 따라 형성되는 반도체 구조와 특성을 AI로 예측하는 플랫폼이다. 실제 웨이퍼를 활용한 실험에 앞서 다양한 조건에서 예상되는 결과를 가상 환경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노종합기술원은 공공 나노팹 인프라와 실증 데이터를 제공했으며, KISTI는 데이터 플랫폼을, 알세미는 AI 모델링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나노종합기술원의 실제 반도체 팹 데이터를 활용해 포토, 식각, 박막, 이온주입 등 4대 핵심 단위 공정에 대한 AI 모델을 개발했다. 실제 실험 결과와 비교한 정합성 평가에서 평균 91.7%의 예측 정확도를 확보했다.

핵심은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실제 팹 실험 데이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데이터셋이다. 기존 데이터 중심 AI와 달리 공정의 물리적 특성을 학습에 반영해 데이터가 부족한 조건에서도 물리적으로 타당한 결과를 예측하도록 설계했다.

포토 공정에서는 노광 조건 변화에 따른 결과를, 식각 공정에서는 가공된 구조의 형상을 예측한다. 박막 공정은 두께와 응력, 균일도를, 이온주입 공정은 불순물의 도핑 분포를 예측하도록 구현했다.

반도체 구조의 형상과 임계치수(CD), 박막 두께 등 실제 공정 개발에 필요한 주요 특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어 연구개발 과정에서 불필요한 실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별 공정을 넘어 연속 공정에 대한 예측 기술도 확보했다.

STI 모듈공정 개요. (알세미 제공)
STI 모듈공정 개요. (알세미 제공)

알세미는 올해 상반기 단위 공정 실증 이후 소자 분리(STI) 모듈 공정에 대한 AI 모델 개발을 완료했다. 포토와 식각, 박막 증착, 평탄화 등 여러 공정에서 앞선 공정 결과를 다음 공정의 입력값으로 연결해 최종 구조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제조는 수많은 공정이 순차적으로 연결되며 앞선 공정의 미세한 변화가 후속 공정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기존 단위 공정 예측만으로는 이러한 상호작용을 분석하기 어려웠지만, 연속 공정 AI 모델을 통해 복합 공정의 결과까지 가상 환경에서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알스피어는 공정 데이터 전처리부터 AI 모델 학습, 결과 분석, 3차원 형상 시각화까지 하나의 소프트웨어 환경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통합됐다.

기존 물리 방정식 기반 공정 시뮬레이터가 높은 계산 비용과 긴 처리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학습된 AI 모델을 이용해 다양한 공정 조건을 빠르게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성과는 반도체 공정 개발을 기존의 반복 실험과 해석 중심에서 AI 기반 예측·최적화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현보 알세미 대표는 “이번 나노팹 실증을 통해 실제 반도체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 결과를 예측하고, 여러 공정이 연결된 결과까지 가상 환경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며 “알스피어를 공정 예측과 최적화, 디지털 트윈 기술이 결합된 제조 AI 플랫폼으로 고도화해 반도체 산업의 기술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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