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잇따른 은행권 고객정보 유출은 금융 보안의 약한 고리를 드러냈다. 지난 9월 말 신한은행에서 2만5000여 명의 대출 관련 정보가 유출됐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도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됐다.
공격이 집중된 곳은 고객 계좌를 다루는 핵심 시스템이 아니었다.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영업지원 시스템처럼 외부와 연결된 업무 서비스였다. 디지털 전환으로 편리함이 커진 만큼 접속 경로도 늘어난 것이다.
이제 보안의 질문을 바꿔야 한다. '누가 시스템에 들어왔는가' 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어떤 정보에, 무슨 목적으로, 얼마나 접근하고 외부로 내보낼 수 있는가'를 거래 단위로 통제해야 한다. 계정을 탈취하거나 인증 절차를 우회한 공격자는 정상적인 업무 기능을 그대로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대안 중 하나가 오프라인 기술과 블록체인을 결합한 보안 체계다. 필자가 참여한 연구팀은 2021년 국제학술지 'ICT 익스프레스'에 오프라인 거래 구조인 '퓨어 월렛(Pure Wallet)'을 발표했다.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암호화폐를 토큰으로 바꾸고, 인터넷이 끊긴 상황에서는 근거리 무선통신(NFC·블루투스 등)으로 토큰을 주고받은 뒤, 다시 온라인에 접속해 거래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의 의미는 인터넷 없는 결제 자체보다 네트워크 연결, 가치 전달, 최종 검증을 분리해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데 있다.
이 발상을 은행의 고객정보 보호로 확장해 보자. 직원이 고객정보를 대량 조회하거나 내려받을 때 로그인만으로 허용하지 않고, 격리된 승인 장치에서 일회성 인증 절차를 거치거나 전자서명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 승인에는 담당자 신원, 업무 목적, 조회 항목, 최대 건수, 유효시간을 명시한다. 서버는 승인 서명의 진위를 확인한 뒤 허용된 범위의 정보만 제공하고, 재사용되거나 범위를 벗어난 요청은 차단한다. 고위험 작업에는 관리자와 담당자의 다중 승인을 요구할 수도 있다. 특히 외부 협력사 계정과 업무용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는 일반 조회 권한과 대량 반출 권한을 분리해 위험 수준에 따라 차등 통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 전체를 오프라인으로 옮기는 일이 아니다. 고객 이름이나 계좌번호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것은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에 역행할 수 있다. 대신 승인 이력과 접근 기록의 해시값 같은 최소한의 증거만 허가형 원장에 남겨, 사후에 위변조 여부를 검증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실제 개인정보는 은행 데이터베이스에 암호화해 보관하고, 복호화 키는 하드웨어 보안 모듈(HSM) 등 별도의 보호 장치로 관리해야 한다.
물론 오프라인 기술이 만능 방패는 아니다. 승인받은 화면을 촬영하거나 소량의 정보를 반복 조회하는 방식의 유출까지 토큰 하나로 막을 수는 없다. 이를 보완하려면 접근 빈도 제한, 이상 행위 탐지, 정보유출방지(DLP) 시스템, 최소권한 원칙을 함께 적용해야 한다. 오프라인 토큰의 복제·분실·재사용 위험도 검증하고, 최종 허가는 온라인에서 재확인해야 한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이를 대규모 시스템 교체 사업이 아니라 실증 과제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먼저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나 고객정보 다운로드 업무를 대상으로, 정상 업무 지연은 최소화하면서 비인가 대량 조회와 반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측정하자. 다양한 공격 시나리오와 장애 상황까지 검증한 결과가 쌓여야 금융권 표준으로 확대할 수 있다.
디지털 금융의 경쟁력이 더 많은 연결에만 있는 시대는 지났다. 고객이 바라는 것은 빠른 서비스인 동시에, 내 정보가 허락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확신이다. 연결의 속도에 정보 접근을 통제하는 독립적인 안전장치를 더하는 것, 이것이 반복되는 유출 사고가 요구하는 다음 단계의 보안 혁신이다.
김동성 금오공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 dskim1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