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종업원 없이 혼자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솔로프러너(Solopreneur·1인 기업가)가 증가하고 있다. 코딩과 고객 분석, 마케팅 등 기업 운영 전반을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면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기존 1인 기업가라 하면 프리랜서, 온라인 쇼핑몰 운영업자 등을 생각하게 된다. 이들은 사업을 확장하려 할 때 항상 자본과 인력 부족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AI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이러한 문제점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 AI 도구를 활용하면 혼자 수십억·수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솔로프러너의 시대가 됐다. 오픈AI 샘 올트먼이 예견했던 '1인 유니콘기업'이 이들 솔로프러너에 의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대표적인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뉴욕타임스는 스타트업 '메드비(Medvi)'라는 회사와 창립자 매튜 갤러거를 소개했다. 그는 2024년 동생과 함께 약 2만달러를 투자하고 GLP-1계열 비만치료 약물 원격진료 판매 플랫폼을 구축했다. 갤러거는 제품 전략, 툴 설계개발, 이미지 영상 제작 등을 담당하고, 동생은 커뮤니케이션과 정보관리 등을 수행하며, 나머지 마케팅, 고객 응대, 백오피스 업무는 10여개 AI 도구를 사용했다고 한다. 2025년 첫 해에 매출 4억 100만달러를 달성하고 올해는 연간 18억달러를 예상한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결제업체 스트라이프(Stripe)의 분석을 인용한 자료를 소개했다. 2025년 연매출 100만달러 이상을 달성한 1인 기업가가 수천명에 달하며, 지난 3년간 숫자가 두 배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연 매출 1000만달러를 돌파한 1인 기업 역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중국에도 미국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딥시크와 같은 중국 기업들의 저비용 AI 모델 개발과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1인 회사(OPC·One Person Company)' 붐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 내 1인 회사 수는 이미 1600만개를 돌파했으며, 신규 등록 기업 4곳 중 1곳이 1인 회사(OPC)라고 한다. 특히 자율형 AI 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를 활용해 월 수십달러의 AI 구독료만 내고 전 세계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자동화하는 1인 창업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하는 '1인 창조기업' 숫자가 통계적으로 보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국내 1인 창업의 상당수는 여전히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생계형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AI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삼는 AI 기반 고부가가치 창업의 비중은 매우 낮다.
자본과 조직의 규모가 기업의 성패를 가르던 시대는 가고, 한 사람의 상상력과 이를 현실로 구현해 낼 AI 기술의 조합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많은 직원 수보다 뛰어난 AI 에이전트를 많이 확보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솔로프러너의 역량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AI 시대의 승자는 많은 인원을 고용한 기업이 아니라, 가장 적은 인원으로 가장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일지 모른다. '1인 유니콘'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AI를 활용한 '1인 유니콘'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 첫째, AI 1인 유니콘 지원 정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기존 창업지원 사업은 매출, 고용 창출 등을 중요한 성과지표로 본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고용 인원이 소수라도 AI 기술 혁신성, 글로벌 확장성이 뛰어나다면 과감하게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돼야 한다. 둘째, 창업자(솔로프러너)에게 AI 컴퓨팅 바우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창업자에게 AI 바우처를 제공해 AI 모델과 클라우드·GPU 인프라를 저비용으로 사용하는데 활용하도록 한다. 셋째, AI 교육 및 멘토링 인프라 확대가 요구된다.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능력을 넘어 AI에게 일을 맡기고 성과를 검증, 통제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결론적으로 'AI를 활용한 1인 유니콘'은 기존의 1인 창업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도 AI 에이전트와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높은 생산성과 기업가치를 만들어내는 '솔로프러너'를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광철 강남대 특임교수 kcleewow@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