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플레이 화면 속 사람의 입이 존재하는 위치에서 실제 소리가 들리게끔 하는 시·청각 융합 디스플레이 핵심기술이 개발됐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특정 부위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새로운 방식이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류석현)은 김동준 AX융합연구센터 선임연구원팀이 디스플레이 뒷면에 부착한 진동 액추에이터 다수를 정밀 제어해 원하는 화면 위치에서 소리를 방사하는 '모듈형 그리드' 기반 시·청각 융합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패널 후면에 설치된 80개 보이스코일모터(VCM)로 패널 표면 진동 분포인 '진동장'을 제어한다. 패널 진동 응답 특성을 분석한 뒤 '역문제 기법'으로 각 액추에이터에 입력할 전압 신호를 계산해 원하는 구역만 진동시키는 방식이다. 소리 재생 구역을 실시간으로 변경해 소리가 화면 속 음원을 따라 이동하는 듯한 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 시험 결과, 목표 화면 구역에서 소리를 재생하는 선택 정확도 99.9%를 달성했다.
이 기술은 가정용 TV부터 전시용 디스플레이, 디지털 사이니지, 대형 전광판까지 확장할 수 있고, 여러 모듈을 함께 진동시키면 대형 우퍼와 유사한 저음 재생 효과도 구현할 수 있다.
또 연구팀은 진동장 제어 과정에서 계산값이 불안정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동 전달 효과가 낮은 액추에이터를 연산에서 제외하는 '선별적 가진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연속된 음향 신호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기법을 적용해 실시간 계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음원 끊김과 잡음을 줄였다.
여기에 AI 기반 음원 분리 및 위치 추정 기술을 결합했다. AI가 영상 속 음원의 위치와 크기를 자동으로 파악하고, 여러 소리가 섞인 음원에서 원하는 소리를 분리해 해당 화면 구역에서 실시간으로 재생함으로써 영상과 소리의 위치를 자동으로 일치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투명 LED 디스플레이 필름과 알루미늄 패널을 결합한 약 100인치 규모의 시작품을 제작하고 패널 후면에 80개의 보이스코일모터를 설치했다. 음향카메라를 활용한 성능시험을 통해 의도한 화면 위치에서 소리가 발생하고, 영상 속 음원의 이동에 따라 소리가 나는 위치도 함께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김동준 선임연구원은 “모듈형 그리드 기술은 화면 속 음원의 위치와 실제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일치시켜 기존 디스플레이가 제공하기 어려웠던 시·청각 융합 몰입 경험을 구현한 기술”이라며 “앞으로 모듈형 LED 타일 디스플레이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다양한 디스플레이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원천기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관련 기술인 '모듈형 음향 방사 시스템' 국내 특허를 등록했으며, 연구성과를 담은 SCI급 논문이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