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연무'에 80년전 기술 꺼내든 인니…항공기로 드라이아이스 뿌린다

산불에 따른 연무에 휩싸인 남수마트라주의 주도 팔렘방.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산불에 따른 연무에 휩싸인 남수마트라주의 주도 팔렘방.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인도네시아가 산불로 발생한 짙은 연무를 걷어내기 위해 약 80년 전 개발된 드라이아이스 기상조절 기술을 시험한다. 항공기로 상공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려 지상에 갇힌 연기를 흩어지게 한다는 계획이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구물리청(BMKG)은 남수마트라주 상공에서 드라이아이스 알갱이를 살포하는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첫 시험은 15일 남수마트라주의 주도 팔렘방과 인근 지역에서 실시될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수년 사이 최악의 산불철을 겪고 있다. 강력한 엘니뇨로 건조한 날씨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토지 개간 과정에서 발생한 불이 대형 산불로 번졌고, 수마트라와 보르네오 일대가 짙은 연기에 뒤덮였다.

남수마트라주의 주도 팔렘방.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남수마트라주의 주도 팔렘방.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연무는 국경을 넘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와 쿠알라룸푸르는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 10곳 안에 들기도 했다.

남수마트라에서는 이미 70차례 넘는 기상조절 작업이 이뤄졌지만 짙은 연무가 가시지 않자, 당국은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한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이번에 활용되는 방식은 1946년 미국 연구자 빈센트 셰이퍼가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구름 속 얼음 결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미국에서는 허리케인에 분쇄한 드라이아이스를 살포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공강우가 아닌 기온 역전에 따른 대기오염 완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당국은 이 방식이 기존 인공강우와 달리 구름이 없어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상공의 따뜻한 공기가 지상의 차가운 공기를 덮는 '기온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연기가 지표면 가까이에 갇힐 수 있다. 상공에서 드라이아이스가 빠르게 주변 공기를 냉각하면 이 같은 역전층이 깨지고, 지상에 머물던 연기가 위로 퍼져 대기오염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광범위한 지역의 연무를 모두 제거하기보다는 공항의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공항 주변 시야가 확보되면 산불 진화용 항공기와 기존 인공강우 항공기의 운항을 재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열대지역 산불 연무에 이 방식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기상 당국도 이번 기술의 효과는 아직 검증 단계라고 밝혔다.

산불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8월 11일 이후 연무의 영향을 받은 국내선 항공편은 1813편에 달한다. 인접국 말레이시아도 대기질 악화에 대응해 지난 8월 말 이후 인공강우 작업을 11차례 실시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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