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계열사, MBK와 24건, 2.6조 원 거래…'고려아연 분쟁'에도 누적 2조 이상 진행

미회수 잔액 9131억원…6000억원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투입돼
업계 “동일 운용사 거래 반복될 경우 심사와 별개로 거래 전반도 살펴봐야”
홈플러스 인력 감축 현실화…투자·재무 의사결정과 사후 책임 검증해야

MBK파트너스의 기업 인수 등 활동에 농협중앙회 및 계열사들이 누적으로 2조 6000억원에 넘는 대출 등을 실행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사태로 점포 축소와 인력 감축이 현실이 된 것은 물론, 지난해 한국농축산엽합회 등은 홈플러스 대금 정산이 지연되면서 농축산업계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호소문을 내놓은 바 있어 이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이 13일 경남 김해시 주촌면 부경양돈농협축산물종합유통센터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 현장 시찰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이 13일 경남 김해시 주촌면 부경양돈농협축산물종합유통센터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 현장 시찰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와 금융계열사 5곳이 MBK가 운용하는 펀드와 인수금융 등에 약정한 금액은 2조6643억원, 재투자와 재인출을 포함한 누적 집행액은 2조6581억원이었다.

2017년~2026년 기간 동안 농협과 MBK의 거래 횟수는 총 24건에 달했다. 기업 인수금융은 물론 기존 대출을 새 대출로 바꾸는 리파이낸싱, 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브릿지론 등 형태도 다양했다. 이들 자금은 홈플러스 자산유동화대출(ABL), 메디트·오스템임플란트 인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한 공개매수 등에 투입됐다. 이 중 미회수 잔액은 약 9131억원이었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농축산업계 영향 등을 감안할 때 농협계열사의 사모펀드 자금 지원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농민과 조합원의 땀으로 일군 농협의 자금이 홈플러스 사태를 낳은 사모펀드에 수조원대로 공급되는 것은 농협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며 “(농협) 금융계열사 전반의 사모펀드 투자, 대출 심사 기준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사태를 둘러싼 우려도 제기됐다.

김 의원이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2024년 9월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1조 7150억원의 브릿지론을 실행했고, 이후 장내 추가매수 목적으로 5000억원을 재인출하는 등 브릿지론을 누적 2조 2150억원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브릿지론은 2025년 5월 전액 상환됐지만, 같은 날 6000억원 규모의 1차 리파이낸싱이 이뤄졌고 2026년 4월 2차 리파이낸싱(6,000억원)으로 대체돼 '고려아연 사태' 관련 자금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지적에 농협중앙회는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인수금융 검토 시 금융수익성 뿐 아니라 산업·고용·협력업체 등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여기며, 앞으로 투자 여부를 더욱 면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동일 운용사와 관련한 거래가 여러 계열사에서 반복될 경우 심사와 별도로 거래 전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용사가 자기자본을 투입해 기존 차입을 상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더라도, 개별 대출의 담보가 충분한지 여부와 해당 운용사가 인수 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였고 경영이 어려워졌을 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후속 거래의 판단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수 후 성과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홈플러스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MBK는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차입매수(LBO)를 진행한 후 핵심자산 매각 등을 이어가다 결국 지난해 3월 회생을 신청했다. 이 후유증은 노동자 실직 및 협력업체 폐업 등의 형태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피투자기업 경영 악화가 사회적 악영향을 끼치고, 출자자가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의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농협이 인수 후 성과 등 거래적인 측면 뿐 아니라 농협의 설립취지, 산업·고용·협력업체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적절히 검토하는 제도적 장치나 거버넌스를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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