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세대(6G) 이동통신망을 통신 3사가 각자 구축하는 대신 공동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사업자별로 주파수를 나눠 할당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6G 서비스·커버리지를 지원할 수 있는 광대역폭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동망을 구축하면 각 통신사가 중대역 주파수를 더 많이 확보하면서 구축비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우기 전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20일 한국전파정책학회 정책토론회 주제발표에서 “6G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주파수는 트래픽 소요량보다 최고 속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역폭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6G 기반 몰입형 실감 영상서비스의 전송속도는 수백Mbps~수Gbps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보편적으로 제공하려면 최소 500㎒~1㎓ 대역폭의 중대역 주파수가 요구된다. 문제는 사업자 한 곳이 확보할 수 있는 대역폭이다. 3사 체제에서 사업자당 실질 이용 가능한 폭은 3.5㎓ 대역 100㎒, 8㎓ 대역 250㎒ 수준이다.
같은 대역을 3사가 나눠 받으면 사업자당 확보할 수 있는 폭은 그만큼 좁아지고 같은 속도를 낼 수 있는 서비스 반경도 줄어든다. 24㎓ 이상 고대역은 1㎓폭 확보가 가능하지만 커버리지가 수십미터(m) 이내로 좁다.
정 교수는 6G 후보대역인 7~8㎓ 대역을 통신 3사가 250㎒씩 나누는 대신 750㎒폭 공동망으로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안정적 6G 서비스에 필요한 중대역 주파수의 광대역폭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750㎒ 무선망을 공동 구축할 경우 1Gbps는 약 110m, 500Mbps는 약 170m 반경까지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파수를 포함한 모바일 인프라를 공유하면 구축비용은 35~45%, 운영비용은 30~33% 줄어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동망 유형으로는 비경쟁지역 공동 구축, 주파수를 포함한 모바일 인프라를 소유·관리하는 합작회사 등을 꼽았다. 정 교수는 “내년 세계전파통신회의(WRC-27)에서도 중대역의 이동통신용 광대역 주파수 확보와 관련된 의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공동망이 이미 운영 중이다. 중국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은 3.5㎓ 대역에서 각자 보유한 주파수를 합친 200㎒폭 5G망을 공동 구축했다. 접속망은 함께 쓰고 코어망만 각자 운영한다. 양사가 공유한 5G 기지국은 154만개를 넘었고, 누적 투자비 565억달러, 연간 운영비 65억달러를 절감했다.
일본 KDDI와 소프트뱅크도 합작법인 '5G JAPAN'을 세워 농촌 기지국을 함께 쓰고 있다. 2030년까지 기지국 10만개를 공동 구축해 설비투자를 각각 1200억엔 줄인다는 목표다. 영국은 4개 이통사와 정부가 공유망(SRN)을 추진해 4개사 모두 서비스하는 커버리지 비중을 66%에서 81%로 높였다.
국내에도 통신 3사가 2024년 완료한 '농어촌 5G 공동이용' 구축 선례가 있지만 인구 약 15%가 거주하는 저밀도 지역 기지국 공유에 한정됐다.
이번 제안은 공동이용 목적을 비용 절감에서 서비스 품질 확보로 넓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망 공유는 설비 경쟁 약화 우려가 따른다. 이탈리아에서는 5G 기지국 공유 계약이 규제당국의 경쟁 제한 조사로 보류된 바 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