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제논 피지컬 AI 랩. 휴머노이드 '젠피'가 주변을 살폈다. 휠체어 위에 놓인 빨랫감을 보더니 곧장 허리를 굽혀 세탁 바구니에 넣었다. 최창윤 제논 피지컬AI TF팀장은 “미리 코드를 짜서 동작을 실행한 게 아니라 로봇이 눈앞의 상황을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해 행동했다”고 말했다.
제논이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넘어 상용화 단계로 본격 전환한다. 적용 기종을 유니트리 'G1'에서 애지봇 'X2 울트라' 등 타 기종으로 넓히고 적용 분야도 시니어 케어에서 안내·가사 지원 등 생활 케어 전반으로 확대한다. 연내 기업 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사업화도 추진한다.
올해 3월 개소한 피지컬 AI 랩은 제논의 생성형 AI 기술을 실제 물리적 환경에 구현하는 연구개발(R&D) 거점이다. AI 모델·휴머노이드·원격 조작 장비·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물체 조작·자율 이동·음성 인식 등 핵심 기술을 결합한 시스템을 개발한다.
젠피는 빨랫감뿐 아니라 약통·쓰레기봉투 등 물건을 옮기고 장애물도 스스로 피한다. 제논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로봇의 두뇌 '피지컬 AI 플랫폼'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로봇에서 작동하는 '범용 피지컬 AI 엔진'과 여러 로봇을 관제·운영하는 '피지컬 옵스'가 두 축이다.
범용 피지컬 AI 엔진은 특정 하드웨어(HW)에 종속되지 않는 운영 체계 개발이 핵심이다. 음성 명령·작업 계획·물체 조작 등 전 과정을 공통으로 운영하고 균형 유지와 보행을 맡는 전신 제어만 기종별로 최적화한다. 제논은 적용 기종을 휴머노이드에서 로봇팔·사족보행 로봇까지 넓힐 계획이다.

전제 조건은 동작 데이터 확보다. 이날 현장에서 연구진이 가상현실(VR) 장비를 착용하고 팔을 흔들자 앞에 선 로봇이 팔 동작을 복사하듯 따라했다. 사람이 로봇을 원격 조작하는 '텔레오퍼레이션' 방식으로 동작 데이터를 수집·학습하는 과정이다. 최 팀장은 “빨랫감을 바구니에 넣는 동작 실행에만 동작데이터 250여건을 활용했는데 작업 환경에 따라 수천 건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논은 피지컬 AI 플랫폼을 여러 기종에 공통 적용하는 시스템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원격 개입·안전 관리 기능을 강화해 폐쇄망에 설치하는 AI 엔진을 개발한다. 로봇이 작업 실패를 스스로 예측·감지·복구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등 R&D도 강화한다.
명대우 제논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제논은 고객 현장에 맞춘 피지컬 AI 플랫폼 구축 사업을 시작으로 필요하면 로봇 하드웨어까지 묶어서 공급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도슨트 로봇과 해외 제조 현장의 로봇팔 공정 자동화 등 현장 적용 사례를 가시화하겠다”고 말했다.
조벼리 기자 starr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