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 인상 흐름, 해외 시장 확산 여부 주목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성장해온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가 엔화 약세와 원자재비 상승에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감동팬츠 가격을 25% 올리고 양말 묶음 할인도 없애면서 일부 제품의 실질 구매 부담은 60% 가까이 커진다. 일본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 흐름이 한국 등 해외 시장으로 확산할지도 관심사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다음 달 10일부터 일본에서 판매하는 가을·겨울 시즌 의류 11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한다. 전체 상품의 평균 인상률은 약 4%지만 일부 품목은 30% 넘게 오른다.
직장인들이 즐겨 입는 감동팬츠와 슬림팬츠는 기존 3990엔에서 4990엔으로 25.1% 인상된다. 감동재킷과 감동재킷 라이트도 6990엔에서 7990엔으로 14.3% 오른다. 여성용 프린세스 탐탐 레이온 프린트 롱팬츠는 2990엔에서 3990엔으로 33.4% 인상된다.
양말 묶음 할인 폐지도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 기존에는 양말 4켤레를 990엔에 구매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한 켤레당 390엔을 내야 한다. 4켤레를 사려면 1560엔이 필요해 기존보다 지출액이 57.6% 늘어난다.
유니클로는 지난 9월에도 일부 여성용 바지와 아동용 의류 가격을 올린 데 이어 배송비와 무료 수선 기준을 조정했다. 일본에서 4990엔 미만 상품을 구매할 때 배송비는 500엔에서 550엔으로 인상됐다. 바지 기장을 무료로 수선받을 수 있는 상품 가격 기준도 1990엔 이상에서 2990엔 이상으로 높아졌다. 오는 12월 이후 일부 가을·겨울 상품의 추가 가격 인상도 예정돼 있다.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엔화 약세와 원자재·물류비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있다. 유니클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 생산기지를 활용해 의류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해외에 약 700곳의 협력 공장을 두고 있는데,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 생산 제품을 일본으로 들여오는 비용 부담이 커진다.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수익성 압박은 이어지고 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2026회계연도 매출액 3조9633억엔, 영업이익 7431억엔을 기록해 5년 연속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일본 사업의 매출총이익률은 전년보다 0.1%포인트 하락한 50.6%에 그쳤다.
유니클로는 그동안 대규모 생산과 공급망 효율화를 통해 비용 상승분을 흡수해왔지만, 엔저와 원가 부담이 이어지면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가격 인상은 일본 시장에 한정된 조치다. 한국 유니클로의 가격 인상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이어지는 가격 조정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으로 확대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