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커지는 중고폰 시장, 세제는 시장 변화를 따라가고 있나

김주희 동덕여대 교수
김주희 동덕여대 교수

중고휴대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중고폰 거래 규모는 약 900만대로, 같은 해 국내 스마트폰 출하량 1253만대의 약 72%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사업자가 매입한 물량도 약 589만대로 추정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고·리퍼비시 스마트폰은 2023~2028년 연평균 5.7% 성장해 신품 스마트폰 시장의 2.8%를 웃돌 전망이다.

중고폰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 리커머스 기업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개인 간 거래에서는 배터리 상태나 수리 이력을 정확히 알기 어렵고 개인정보 유출이나 거래 사기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리커머스 기업은 제품을 직접 매입해 검수하고 등급과 가격 기준을 만들며, 데이터 삭제와 품질 보증도 제공한다. 개인 간 거래에서 소비자가 부담하던 정보 탐색과 거래 위험의 일부를 기업이 대신 부담하면서 시장 신뢰를 높여 온 것이다. 관련 연구에서도 플랫폼이 검수·등급화·가격참조 체계 등을 통해 거래질서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반면 세제는 이러한 거래구조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리커머스 기업은 주로 개인에게서 중고폰을 매입하는데, 개인은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은 매입세액을 공제받기 어렵다. 중고폰을 다시 판매할 때에는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이 때, 신품 판매 단계에서 이미 부가가치세가 포함됐던 제품 매입 가격을 공제하지 못한 채 다시 판매 단계의 세액을 부담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업계가 이를 사실상 이중과세 문제로 보는 이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제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08조에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 법은 재활용폐자원과 중고자동차에 대해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특례를 두고 있다. 세금계산서를 받을 수 없는 개인에게서 물품을 사더라도 일정 요건 아래 매입세액을 공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인에게서 제품을 매입해 다시 판매하는 거래구조를 세제에 반영한 사례다. 해외에서는 아예 중고품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 과세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일정한 중고품 거래에서 판매가격 전체가 아니라 매입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인 마진을 기준으로 부가가치세를 계산한다. 일본도 고물상이 일정 요건 아래 비(非)인보이스 사업자로부터 재판매 목적의 중고품을 매입하는 경우 장부만으로 매입세액공제를 받도록 하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개인으로부터 중고품을 매입하는 거래 특성을 세제에 반영한다는 점은 같다.

한국의 경우 거래 투명성을 우려해 세제 개선에 망설이고 있다. 개인으로부터 매입한 거래는 실제 거래 여부와 매입금액을 확인하기 어려워 허위 거래나 과다공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고폰의 경우에는 다른 중고품보다 거래 확인 수단이 비교적 명확하다. 기기마다 국제고유식별번호인 IMEI가 있고, 플랫폼 거래에는 거래 당사자와 계좌 내역이 남는다. 실제 거래가 확인되는 경우에만 공제를 허용하고 거래사실확인서에 관련 정보를 남기는 방식도 현재 제도 논의에서 제시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리커머스 산업에 새로운 세제 혜택을 줄 것인가가 아니다. 이미 성장한 중고폰 시장의 거래구조를 현행 부가가치세 체계가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새롭게 형성되는 산업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를 육성하고 활성화할 것인가라는 정책적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리커머스는 기존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동시에 검수·보증·유통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산업이다. 따라서 세제 논의에서도 공제에 따른 비용과 거래 투명성뿐 아니라 이러한 산업적 가치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주희 동덕여대 문화예술경영전공 교수 kimjh@dongd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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