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해킹 시대, 무방비로 노출된 국민 일상… 'IoT 보안 의무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박규홍 SIT테크놀러지 대표
박규홍 SIT테크놀러지 대표

◇국민 안전과 수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지킬 마지막 골든타임

인공지능(AI)이 사이버공격의 속도와 규모를 바꾸고 있다. AI는 취약점 탐색과 공격을 자동화하며, 전문 지식이 부족한 공격자에게도 새로운 수단을 제공한다. 대기업은 보안인력과 시스템으로 대응하지만, 국민의 가정은 여전히 무방비에 가깝다. 월패드·로봇청소기·가정용 CCTV·스마트 도어록 등 인터넷 연결 기기의 보안은 이제 국민의 사생활과 직결된 문제다.

◇생활 속 해킹, 이미 현실이 됐다

2022년 경찰청이 발표한 월패드 해킹 사건에서는 전국 638개 아파트 단지, 약 40만 가구가 해킹 대상이 됐다. 가정 내부 영상이 불법 촬영돼 외부에 유출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2025년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로봇청소기 보안 조사에서도 일부 제품의 카메라 무단 활성화, 촬영 사진의 비인가 접근 가능성이 확인됐다. 단순한 기기 고장을 넘어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수백 곳의 대형마트 냉장·냉동 설비가 사이버공격을 받아 온도가 최고 50℃까지 치솟고 식품이 대량 폐기됐다. 연결된 기기의 보안 취약점이 경제적 피해와 국민 생활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해외는 보안을 의무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사이버복원력법(CRA)에 따라 2026년 9월부터 주요 취약점·사고 신고 의무를 시행하고, 2027년 12월부터 제품 보안 요건을 본격 적용한다. 영국도 2024년부터 소비자용 인터넷 연결 제품에 최소 보안 요건을 의무화했다.

반면 국내는 자율인증 중심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물인터넷(IoT) 보안인증은 연평균 90건에 그쳤다. 2025년 상반기 인증 신청 기업도 13곳뿐이었다. 자율에만 맡겨서는 보안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기업 부담만을 이유로 개선을 미룬다면 국민의 안전도 놓치고, 이미 시작된 세계 보안 강화 흐름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서 뒤처질 수 있다.

◇고위험 제품부터, 중소기업 부담은 낮춰야

해법은 일률적 규제가 아니라 위험도에 따른 단계적 의무화다. 우선 월패드·IP카메라·카메라 탑재 로봇청소기·스마트 도어록처럼 사생활 침해 위험이 큰 제품부터 비밀번호 보호, 접근통제, 취약점 점검, 보안 업데이트 등 최소 기준을 적용하자. 이후 스마트가전 등으로 범위를 넓히되 업계에 충분한 준비기간을 줘야 한다. 출시 뒤 취약점 개선과 업데이트를 이어가는 사후관리도 필수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이 국내외에서 같은 시험을 반복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국제 기준과 조화를 이루고 해외 시험·평가 결과와 기술문서를 최대한 활용해 이중 부담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시험비용·보안기술·전문인력 교육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지금이 제도 개선의 골든타임이다

국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선 대상 품목, 최소 보안기준, 시행 일정, 중소기업 지원책을 담은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 안전과 기업 경쟁력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일상을 보호하면서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합리적인 IoT 보안 의무화, 더는 미룰 수 없다.

박규홍 SIT테크놀러지 대표 khpark@sitte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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