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웃도는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 국적 가입자의 재정수지는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외국인 건강보험의 재정 기여도가 커지는 가운데, 국적별로 의료보험 혜택을 차등 적용하는 상호주의 도입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1조128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납부한 보험료는 2조5370억원으로, 공단의 급여비 지출 1조5243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은 2017년 이후 9년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흑자 규모는 2017년 2565억원에서 2023년 7308억원, 2024년 9439억원으로 확대됐으며,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국적별로는 베트남 가입자의 재정수지가 1601억원 흑자로 가장 컸다. 네팔이 1262억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인도네시아 918억원, 캄보디아 856억원, 미얀마 840억원 순이었다. 미국 국적 가입자도 819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필리핀과 우즈베키스탄, 러시아의 재정수지도 각각 흑자를 나타냈다.
중국 국적 가입자는 전체 외국인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중국인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는 9564억원이었지만, 급여비 지출은 9973억원으로 재정수지가 40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인 건강보험 재정은 2017년 1108억원 적자에서 2018년 1509억원 적자로 확대됐다. 이후 적자 폭이 줄어 2023년에는 27억원까지 축소됐으며, 2024년에는 55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그러나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는 외국인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과 수급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해 왔다. 2019년 7월부터 국내에 6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으며, 2024년 4월에는 외국인과 재외국민이 국내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해야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단기 체류자가 보험료 부담 없이 고액 진료를 받는 사례를 줄이려는 조치다.
정치권에서는 상대 국가가 한국 국민에게 제공하는 의료보험 혜택에 맞춰 국내 외국인 가입자의 혜택을 조정하는 상호주의 도입 주장도 나온다. 다만 국가별 의료보장 체계가 서로 다르고, 국제 규범과 외교 관계, 특정 국적자에 대한 차별 논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