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플로리다주 해변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덩어리가 고급 향수 산업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온 희귀 물질인 용연향으로 주목받고 있다. 향유고래의 소화기관에서 형성되는 용연향은 숙성 과정에서 독특한 향을 띠며, 희소성 때문에 고가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미국에서는 관련 법률에 따라 발견자가 이를 임의로 소유하거나 판매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멜버른 해변을 산책하던 크리스틴 마빈은 최근 모래 속에 묻힌 덩어리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파도에 밀려온 플라스틱 조각으로 생각했지만, 직접 만져본 뒤 판단이 달라졌다. 물체는 예상보다 가벼웠고 표면은 밀랍처럼 매끄러웠다. 흙과 나무, 머스크를 연상시키는 향도 났다.
마빈은 해당 물체를 물에 넣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용연향일 가능성을 의심해 당국에 신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24년에도 용연향을 발견했으며, 이번이 세 번째 발견이다.
용연향은 향유고래의 장에서 형성되는 왁스성 물질이다. 향유고래가 주로 섭취하는 오징어 등의 단단한 부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연향은 처음 배출됐을 때는 어둡고 불쾌한 냄새를 풍길 수 있지만, 바다에서 장기간 햇빛과 염분에 노출되면서 색과 향이 달라진다.
향수 산업에서 용연향의 가치는 독특한 향뿐 아니라 향을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특성에서도 나온다. 과거 고급 향수의 원료로 사용됐으며 샤넬 No. 5와 관련해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오늘날에는 공급의 희소성과 비용, 규제 등의 이유로 합성 향료와 대체 원료가 활용된다. 특정 제품에 용연향이 실제로 사용됐는지는 제조 시기와 배합에 따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용연향의 가격은 품질과 숙성 상태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일부 보도에서는 최고급 용연향이 온스당 1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금보다 높은 가격에 해당하지만, 모든 용연향이 이 수준에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표준화된 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아 개별 물질의 가치를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희소성은 공급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용연향은 향유고래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돼 배출되는 물질이어서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늘리기 어렵다. 향유고래 보호를 위한 국제적 규제와 포경의 역사 역시 관련 시장을 이해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용연향의 경제적 가치가 곧 개인의 소유권을 의미하지 않는다. 향유고래는 보호 대상이며, 미국의 해양포유류보호법과 멸종위기종보호법 등 관련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해변에서 발견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가져가거나 판매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소지·양도 가능 여부는 적용되는 법령과 상황에 따라 확인해야 한다.
마빈은 발견한 물질을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신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는 고래 보호 단체에 전달됐으며, 해당 단체는 연방 당국과 후속 절차를 협의하고 있다. 마빈은 나머지 물질을 어린이들이 자연과 해양 생태계를 배울 수 있는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