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월 부처별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플랫폼 규제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사업자의 중개수수료율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을 내비친 데 이어, 유럽식 사전규제를 참고한 금지행위 규정의 도입까지 거론 중이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다만 과거 사례를 돌아보면, 정부가 규제로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해 당초 의도한 효과를 거둔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일률적 금지규정은 오히려 소비자 후생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논의가 우려스러운 이유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대표적이다. 규제 정책으로 수수료가 낮아진 뒤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무이자 할부와 포인트 적립 같은 부가서비스를 대폭 축소했다. 가맹점 부담을 덜어준 만큼의 비용이 돌고 돌아 고스란히 소비자 혜택 축소의 형태로 돌아온 것이다. 유사한 예로 최근 배달앱 수수료 논의에서도 수수료 인하에 따른 비용이 결과적으로 배달비나 할인 혜택 조정 등 다른 형태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홈쇼핑 송출수수료나 방송사업자 간 저작권 이용료를 둘러싼 규제 개입 시도 역시 끝내 명확한 시장 개선 효과나 설득력을 얻지 못한 채 갈등만 남겼다. 수수료 조정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금지행위 규정의 신설도 신중해야 한다. 플랫폼 규제의 교과서처럼 인용되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은 시행 이후 당초 기대와 다른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구글 등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들이 자사우대 금지 조항을 지키기 위해 검색 결과에서 항공편 정보와 지도 기능을 분리했는데, 호텔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이후 검색을 통한 호텔 직접 예약 클릭이 최대 30%가량 줄었고, 이용자들도 지도와 평점, 가격을 한 화면에서 비교하기 어려워졌다. 규제의 효과를 온전히 평가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규제를 통해 보호하려던 이용자와 입점 사업자가 실질적으로 어떤 편익을 얻었는지는 모호한 반면, 새로운 불편이 생겼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사실 DMA는 미국 빅테크에 대응할 만한 역내 플랫폼이 상대적으로 적은 EU의 상황을 반영한 입법에 가깝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플랫폼들이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국내와는 조건이 다소 다르다. 따라서 해외 제도를 참고하되, 우리 시장의 특성에 맞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남의 처방을 그대로 가져오기 전에 우리 시장의 조건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규제의 부작용은 대개 그 피해가 현실화된 뒤에야 인식된다. 일례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정책적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은 여러 데이터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는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의 불편과 낭비는 결국 소비자와 주변 지역 상권이 떠안았다. 한번 도입된 규제는 되돌리기 어렵다. 특히 규제 준수 비용은 자금과 인력이 넉넉한 대형 사업자보다 이제 막 시장에 뛰어든 신생 플랫폼에 더욱 무겁게 작용한다. 그 결과 경쟁을 촉진하려던 규제가 오히려 신생 사업자의 진입 장벽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규제 논의, 그 자체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시장이 복잡해질수록 이를 적절히 규율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일이다. 다만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려면, 도입과정부터 충분한 검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의도의 선함이 결과의 타당성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규제의 역사에서 거듭 확인해 왔다.
따라서 플랫폼 규제 논의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바로 정책 도입에 앞서 규제 영향의 객관적 평가, 즉 비용과 편익을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해외에서의 유사한 규제가 어떤 부작용을 낳았는지, 우리 시장에서는 누가 얼마만큼의 이익과 부담을 지게 되는지를 숫자로 먼저 확인해야 한다. 명분과 정치적 의지만으로 서둘러 도입한 규제의 청구서는 결국 소비자와 신생 사업자에게 날아온다. 지금 물어야 할 질문은 “이 규제가 선한가”가 아니라 “이 규제가 시장을 실제로 더 낫게 만드는가”이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ktkwak@s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