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산업을 바꾸다⑨]농장도 복사·붙여넣기…팜360닷에이아이 셀 늘려 확장

순재배면적 ㎡당 연환산 상품화 수확량 약 250㎏
AI로 생육 상태 분석해 온습도·조명·양액 조건 조절
익산 가공공장 하루 9톤 처리능력…기존 판로 활용
경기 육성사업 지원 시제품으로 제습·환경제어 검증

기후위기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넘어 먹거리, 제조, 모빌리티, 자원순환 등 산업과 생활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생산성과 소비자 편의까지 높이는 기술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올해 '2026년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에는 푸드테크·에코테크·카본테크·클린테크 등 4개 분야 11개 기업이 참여한다. 식물 바이오 파운드리와 종자 판별부터 재활용 플라스틱 선박 소재, 자원순환형 종이팩, 친환경 펄프몰드·세라믹 코팅제, 전고체 전해질막,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재사용 배터리 해체 자동화, 우주용 태양전지, 지붕형 태양광 플랫폼까지 해법도 다양하다.
이들 기업은 온실가스와 폐기물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의 비용·효율·안전 문제를 풀며 사업성을 입증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11개 기업을 만나 기술의 원리와 경쟁력, 고객이 얻는 가치, 실증·사업화 성과를 살펴본다. 육성사업 참여 과정에서 해결한 과제와 투자유치, 국내외 시장진출 전략도 짚는다. 기술이 산업과 일상의 변화를 이끄는 기후 해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11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인종 팜360닷에이아이 대표. 김동성 기자.
이인종 팜360닷에이아이 대표. 김동성 기자.

수직농업 기술기업 팜360닷에이아이(대표 이인종)가 독립형 재배 셀 'G-Cube'로 엽채류의 면적당 생산량을 높이고 있다.

서울 가산 실증농장에서 15대를 운영하며 확보한 상품화 수확량은 순재배면적 1㎡당 연환산 약 250㎏이다. 팜360닷에이아이는 전북 익산에 첫 상업농장을 구축해 이 생산성을 대규모 생산과 안정적인 공급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와 구글에서 대규모 시스템을 개발하고 미국 수직농업 기업 바워리파밍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농장을 설계·운영했다. 넓은 재배공간을 중앙 공조설비로 관리하면 위치마다 온도·습도·기류가 달라져 최적의 생육 조건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경험했다. 여기서 데이터센터가 검증된 서버를 추가하듯 독립된 재배 셀을 늘려 농장을 확장하는 구상이 나왔다.

셀마다 재배환경 제어…검증한 생산능력 확장

수직농장은 실내에 재배시설을 여러 층으로 배치해 작물을 키운다. 외부 날씨의 영향을 줄일 수 있지만 조명과 공조, 자동화 설비에 비용이 많이 들어 같은 면적과 설비에서 판매 가능한 작물을 얼마나 생산하는지가 경제성을 좌우한다.

G-Cube는 재배공간을 독립된 셀로 나눠 공조·관수·조명·이산화탄소 농도를 각각 제어한다. 셀 안에서는 작물에 필요한 환경을 유지하고, 한 셀의 장애나 환경 이상이 농장 전체로 번지는 위험을 줄인다. 생산 규모를 늘릴 때도 농장 공간 전체를 다시 설계하기보다 성능을 확인한 셀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팜360닷에이아이가 제시한 연환산 약 250㎏은 실제 수확 실적을 1년 기준으로 환산한 수치다. 분모는 건물 전체 면적이 아닌 작물이 실제 자라는 순재배면적으로, 상업농장에서도 같은 생산성과 품질을 반복해 확보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작물 늘면 수분도 증가…제습으로 생육환경 유지

한 공간에서 키우는 작물이 많아지면 식물이 내보내는 수분도 늘어난다. 이를 제거하지 못하면 습도가 높아져 식물의 증산과 생육이 제한된다. 재배 밀도를 높이려면 수분을 처리하는 공조 성능도 뒷받침돼야 한다.

공조 모듈 'ATU'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독점 실시권을 확보한 금속유기골격체(MOF) 기반 수분 흡착 소재를 활용한다. 이 소재는 수분을 흡착한 뒤 약 50~70도에서 재생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팜360닷에이아이는 고온에서 재생해야 하는 기존 흡착 소재보다 에너지 활용에 유리한 특성을 이용하고 있다.

제습과 기류 제어를 결합해 작물 주변의 생육환경을 유지하는 것도 ATU의 역할이다. 높은 재배 밀도에서 발생하는 수분을 처리해 면적당 수확량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AI가 상태 읽고 재배 조건 조정

인공지능(AI) 기반 운영 시스템 'NuSPA'는 셀 내부의 센서와 카메라로 작물 상태를 살피고 온도·습도·광량·이산화탄소·양액 데이터를 분석한다. 생육 속도가 예상 범위를 벗어나거나 특정 위치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재배 조건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NuSPA가 조정한 조건을 G-Cube가 실제 재배환경에 적용하고, 이후 작물의 반응을 다시 확인한다. 관찰과 환경 조절을 반복해 수확할 때마다 생산량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구조다.

팜360닷에이아이는 식물의 생리 반응을 예측하는 모델과 강화학습을 결합해 재배환경을 미리 조정하는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

익산 가공공장서 판로 확보…상업농장과 연결

팜360닷에이아이는 자체 재배기술을 상업화하기에 앞서 농산물 가공·유통사업으로 고객과 매출을 확보했다. 익산의 약 1388㎡(420평) 규모 가공공장에서 외부 농가의 농산물을 조달해 고객이 원하는 규격으로 선별·세척·포장하고 있다. 하루 전처리·가공능력은 약 9톤이다.

실제 거래로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과 가격, 물량을 확인하고, 향후 자체 생산한 농산물을 기존 납품망에 연결하는 전략이다. 재배기술 개발 기간에도 매출을 확보하고, 상업농장이 가동되면 이미 갖춘 가공·물류시설과 고객 기반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익산에 추진하는 첫 상업농장에는 G-Cube 200여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정상 운영을 전제로 한 연간 상품화 생산 목표는 약 661톤이며, 2027년부터 이를 기반으로 국내 생산 확대와 해외 시스템 공급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경기 육성사업 시제품, 실제 재배에 투입

팜360닷에이아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생산성과 경제성을 함께 확보할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2026년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에 참여했다. 재배 밀도가 높아질 때 증가하는 수분과 열을 처리하고 환경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경기도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으로 제작한 시제품은 현재 가산 실증농장에서 운영 중이다. 팜360닷에이아이는 실제 작물을 키우면서 환경제어 안정성과 제습 성능, 생산성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 결과를 제품 개선에 반영하고 있다.

이인종 대표는 “이제 남은 과제는 이 생산성을 수백 개의 생산 셀에서도 반복적으로 구현하고, 그것을 낮은 원가와 안정적인 공급으로 연결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저희가 만들고 싶은 것은 보조금이 있어야 유지되는 수직농장이 아니라, 경제성 때문에 시장이 스스로 선택하는 수직농업”라고 말했다.

공동기획: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전자신문

성남=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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