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의 국민잼으로 불리는 '베지마이트'를 즐기지 못한다는 이유로 교도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살인범이 법원에서 패소했다.
26일(현지시간) CNN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빅토리아주 대법원은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안드레 맥케크니(55)가 교도소의 베지마이트 반입 금지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며 낸 소송에서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맥케크니는 지난해 빅토리아주 교정당국이 수감자들에게 베지마이트 섭취를 금지한 것이 자신의 문화적 권리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빅토리아주의 인권 및 책임 헌장을 근거로 “호주인으로서 다른 호주 출신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베지마이트는 맥주 효모 추출물을 주원료로 만든 짙은 갈색의 짭짤한 스프레드다. 호주에서는 토스트 등에 발라 먹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전체 가구의 80% 이상이 집에 베지마이트를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대중적이다.
재판을 맡은 클레어 해리스 판사는 교정당국의 금지 조치가 맥케크니의 문화적 권리를 일정 부분 제한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교도소 내 마약과 불법 주류 반입·제조를 막기 위한 목적을 고려하면 해당 제한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해리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맥케크니가 다른 호주 출신 사람들과 함께 베지마이트를 즐길 수 없는 가장 주된 이유는 그가 수감자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빅토리아주 교정당국은 지난 20년간 주 내 12개 교도소에서 베지마이트 반입을 금지해왔다. 베지마이트 특유의 강한 냄새가 마약 탐지견의 탐지를 방해할 수 있고, 효모 성분이 교도소 내에서 술을 양조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맥케크니는 인접한 뉴사우스웨일스주 교도소에서는 베지마이트가 금지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덜 제한적인 방법이 있다”고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또한 베지마이트 섭취 금지로 비타민 B1인 티아민 결핍이 심해졌다는 주장도 폈다. 베지마이트와 돼지고기가 티아민 공급원인데, 자신은 유대교의 코셔 식단을 따르기 때문에 돼지고기도 먹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정당국 측 변호인이 해당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자 맥케크니는 재판 과정에서 티아민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며 쟁점에서 제외했다.
그는 베지마이트를 먹지 못하면서 “호주 문화를 실천할 기회를 박탈당했고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단절된 느낌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리스 판사는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느끼는 슬픔과 단절감의 실질적인 원인이 베지마이트를 먹지 못하는 데 있는지, 아니면 수감돼 있다는 사실에 있는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맥케크니는 베지마이트가 호주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학술 논문과 대중문화 사례까지 제시했다.
또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호주올림픽위원회가 중국의 베지마이트 수입 금지 조치를 철회시킨 사례와, 호주 밴드 멘 앳 워크의 히트곡 '다운 언더'에 '베지마이트 샌드위치'가 등장한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결국 교도소의 베지마이트 금지 조치가 정당하다고 보고 맥케크니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