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정학근)이 촉매를 구성하는 원자 크기·위치 및 주변 구조까지 정밀 제어하는 기술을 내놓았다. '맞춤형 촉매' 제조 플랫폼을 구현하는데 기반이 될 전망이다.
에너지연은 수소에너지연구소 김희연 박사 연구팀이 이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27일 밝혔다.
촉매 성능은 어떤 성분을 얼마나 사용하는지뿐 아니라, 그 성분이 어디에 어떤 구조로 존재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특히 여러 성분으로 구성된 촉매는 원자간 상대적 위치와 구조가 반응경로와 생성물의 선택도를 좌우한다.
연구진은 기존 액상법(촉매 성분을 용매에 녹인 뒤, 그 용액을 지지체에 스며들게 하거나 용액 안에서 반응시켜 촉매를 만드는 방식)으로 나노 크기 조촉매(주촉매의 성능을 높이는 보조 성분)를 먼저 담지한 후, 조촉매의 표면에만 원자 상태의 주촉매(핵심 활성 성분)를 선택적으로 입히는 선택적 화학기상증착(선택적 CVD)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주촉매 원료를 기체 상태로 흘려보내기 때문에 건조 과정이 불필요하다. 또 공정 조건을 조절함으로써 주촉매를 단원자(single atom) 또는 원자 집단(atomic cluster) 형태로 담지할 수 있다. 화학 반응에 맞춘 최적의 촉매 구조의 구현이 가능한 것이다.
아울러 기존의 반도체용 CVD 공정과 달리, 저온·상압에서 운전할 수 있어 제조 장비와 공정운전 비용이 저렴하다. 특히 실험실 수준에서 사용하는 분말형 촉매뿐만 아니라 산업용 성형 촉매 제조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개발한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메탄을 석유화학 공업의 핵심 원료인 에틸렌으로 직접 전환하는 반응에 적용했다.
이 반응에는 텅스텐과 망간 조성의 촉매가 주로 사용되는데, 기존 액상법으로 촉매를 제조하면 텅스텐과 망간 입자가 촉매 곳곳에 무작위로 흩어져 성능 저하가 일어났다. 반면 연구진은 선택적 CVD를 활용해 망간 입자 표면에만 텅스텐 원자가 달걀 껍데기처럼 담지된 형태의 구조를 구현했다.
기존의 액상법으로 만든 촉매와 개발 촉매의 성능을 비교한 결과, 투입한 텅스텐 중 촉매 반응에 활용되는 비율(촉매 활용률)은 기존 약 28%에서 82%로 3배 가까이 높아졌다. 메탄 전환율은 약 7.5배(6.9%→51.7%) 향상됐으며, 최종 생성물인 에틸렌의 수율도 약 29배(0.9%→26.0%) 올랐다. 또 800도 고온에서 180시간 운전해도 원자가 뭉치지 않아 안정적인 성능과 내구성을 나타냈다.
김희연 박사는 “선택적 CVD는 기존 촉매 제조법의 양산성을 살리면서 필요한 부분에만 적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강점이 있다”라며, “연료전지 및 수전해 전극용 합금 촉매와 탄화수소의 개질반응용 합금 촉매 등에도 적용할 수 있어, 다양한 에너지·화학 공정과 시스템에 맞춘 촉매 제조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9월 11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