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과학기술 발전의 주역인 기술개발인에 대한 국내 지원체계가 분절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산 형성, 보상, 은퇴 후 인력 활용 등 다양한 제도가 마련됐지만, 운영 주체가 다르다 보니 연구자 스스로 일관된 경력을 설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상·예우·활용을 연계한 생애주기별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산업기술협회 산업기술혁신연구원은 최근 '2026년 산업기술혁신 정책건의 실행과제' 보고서를 발간하고, 기술개발인 보상·예우 체계 구축 방안을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술개발인 관련 주요 제도로 과학기술인공제회 퇴직연금, 과학기술발전 장려금, 내일채움공제, 연구활동비 비과세, 직무발명보상제도, 시니어 과학기술인 경력이음 지원 사업 등이 있다. 크게 장기 자산 형성, 성과 보상, 경력 인증, 고경력자 활용 등 목적으로 나뉘지만, 제도마다 대상과 지원 방식이 다르고 상호 연계도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노후 생활 안정을 돕는 과학기술인공제는 국가전략기술 참여, 중견·중소기업 재직, 산업 기여 등에 따른 보상 수단이 제한적이고, 연구활동비는 일정 한도 내에서 비과세가 적용되지만 기업 규모, 기술 분야, 지역 등에 따른 우대 제도는 없다.

여기에 연구개발(R&D)에 따른 보상은 성과급, 직무발명보상금 등 단기·일회성 방식에 편중됐다. 이는 중견·중소기업 연구 인력이 장기간 기술 전문성을 축적할 동력을 떨어뜨렸다. 산기협이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연구 인력 퇴사자 2만6401명을 분석한 결과 2만841명(78.9%)이 중견·중소기업 출신이었다.
해외 주요국도 기술 인력을 위한 근속 지원·보상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광저우시는 인재 유치·유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산업·산업단지도 별도의 인재연금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한국 과학기술인공제회에 경력 또는 산업 기여에 따른 국가 차원의 추가 보상이 없는 점과 대조된다.
기술 성과 보상 측면에서 독일과 일본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창출한 발명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했다. 한국은 정부 지분 기술료의 60% 이상을 참여 연구자 보상금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예우 측면에서 싱가포르는 1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최고 수준 경력 인재에게 대통령 명의의 포상과 함께 미래 멘토 역할을 부여한다.

보고서는 구체적인 개선 방안으로 기술개발인 경력 관리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기술개발인이 기업·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등 소속기관을 옮기더라도 동일한 기술 분야에서 축적한 R&D 경력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경제적 보상과 예우, 고경력 인력 활용 제도에 연계할 수 있다.
보고서는 “기술인이 R&D에 헌신한 기간과 산업 발전에 기여한 성과가 개인의 경력과 보상, 사회적 예우로 축적되는 체계를 정착시켜 장기간 산업현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술인재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