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이 개발한 국산 비만치료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일선 의료기관에서 본격 처방된다. 외산 대비 절반 이하 초회 가격과 짧은 용량 상승 기간 등을 앞세워 수입약이 독점해 온 국내 비만약 시장 재편에 나선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개발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는 오는 29일부터 병·의원별 입고 일정에 맞춰 순차적으로 처방이 시작된다.
전국에 동시 공급하는 방식은 아니어서 의료기관마다 실제 처방 개시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
에페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용량별 공급가는 △2㎎ 4만8400원(2주분·2박스) △4㎎ 8만1400원(2주분·2박스) △6㎎ 22만8800원(4주분·4박스) △8㎎ 27만7200원(4주분·4박스) △10㎎ 29만9200원(4주분·4박스)으로 책정됐다. 2㎎과 4㎎을 2주씩 쓰는 첫 1개월분 공급가는 12만9800원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대비 약 37%,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대비 약 53% 낮은 수준이다. 유지 용량에서도 두 외산 약물보다 각각 17%, 19% 저렴하다.
다만 비급여 전문의약품 특성상 일선 의료기관과 약국이 책정하는 약값에 진료비 등이 더해져 환자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공급가와 차이가 난다.
증량 설계 구조에 따라 외산 비만약 대비 치료를 이어갈수록 누적 비용 격차가 한 번 더 벌어진다는 점도 강점이다.
에페는 저용량(2·4㎎)을 2주 간격으로, 고용량(6·8·10㎎)을 4주 간격으로 올리는 방식이어서 위고비보다 한 달가량 빨리 최고 용량에 도달한다.
최고 용량 4주분까지 포함한 5단계 누적 투약 기간은 에페가 16주로 위고비(20주)보다 짧다. 초회 용량 가격 차이에 투약 기간 단축 효과가 맞물리면서 이 기간 누적 비용은 에페가 약 30% 저렴하다.
가격 경쟁력이 가장 큰 구간에 국내 처방 수요가 몰려 있다는 점도 에페 점유율 확대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에서 마운자로를 처방받은 환자의 약 80%는 저용량인 2.5㎎과 5㎎에 집중됐다. 에페와 수입약의 가격 차이가 53%까지 벌어지는 구간이다. 저용량 처방 비중이 큰 국내 처방 환경에서 초회 용량 가격이 처방 선택을 가를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관계자는 “가격경쟁력에 더해 외산대비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자체 생산해 수입약이 겪어 온 공급 지연 변수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약품은 에페를 복합 대사질환 치료제로 확장하기 위해 메트포르민·다파글리플로진(SGLT-2 억제제)과 병용하는 2형 당뇨병 국내 임상 3상을 오는 2028년 완료 목표로 진행 중이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