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가을, 코로나19 백신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국내 연구진의 논문이 공개되자 현장 의료진은 긴장에 빠졌다. 고령층·기저 질환자가 백신 접종을 거부해 위험에 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해당 논문만으로는 인과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즉각 반박했을 만큼 정부와 의료진은 백신 불신 해소에 주력했다.
1년이 지나 다른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에도 우리 국민의 암 발생 추이가 변하지 않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매번 되풀이되는 '코로나 백신 위험성 논란'을 끝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바이오마커 리서치'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암 발생 추세에 미친 영향 : 전국 단위 중단 시계열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와 코로나19 예방접종 기록을 연계해 1955~2004년생 국민 약 3602만명의 암 발생 추이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국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50%에 도달한 2021년 8월을 기준으로, 10여년의 국내 암 발생 추이를 활용해 암 발생률을 예측했다. 이를 접종 50개월 후인 2025년 9월까지의 실제 암 발생률과 비교한 결과, 850개 관측치 중 2개를 제외한 848개가 99%의 예측 구간에 들어왔다.
정 교수는 “(백신 접종에도)과거 추세와 변화 없이 암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의 연구는 지난해 9월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 연구팀이 같은 학술지에 백신 접종자가 미접종자보다 1년 내에 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등을 진단받을 확률이 약 30% 높다는 논문을 게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천 교수 연구팀은 서울 거주자 약 298만명을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로 나누고, 1년간 암 발생 여부를 관찰했다.
정 교수는 선행 논문 전제의 편향 가능성을 지적했다. 접종자는 상대적으로 검진·병원 이용 확률이 잦아, 암이 더 많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백신 접종이 새 암을 만든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암 발생률은 커져야 한다”면서 “암 누적 발생률을 보면 이미 있던 암을 접종자에게서 먼저 찾아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통상적인 암 잠복기가 고형암은 10년도 넘는 만큼 1년의 관찰 기간으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50개월 추세 분석을 넘어 장기적인 연구로 백신과 암 위험의 관련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지난해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논문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천 교수 논문이 “암 위험 27% 증가”, “7종 암 증가” 등의 내용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 퍼지면서 일부에서는 백신 접종 기피 움직임도 나타났다. 정 교수를 비롯해 대한감염학회 등에서 해당 논문에 문제를 제기했고, 학술지는 학계 우려를 수용했지만 이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백신을 맞아야 하는 고령층과 기저 질환자가 백신 접종을 거부하거나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여 의료 현장에서는 이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여전히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필요하고, 백신 신뢰도가 떨어지면 백신 구매 국가 예산이 줄어들어 접종이 필요한 사람이 접종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