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414〉 [AC협회장 주간록124] 벤처스튜디오, 창업 인정에서 성장 지원으로](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9/23/news-p.v1.20260923.9b3f554d93ef4fec9052b2ed15675b98_P3.jpg)
함께 회사를 만들었는데 함께 만들었다는 이유로 창업기업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제도를 돌아봐야 한다. 액셀러레이터(AC)가 자본과 전문인력을 투입하고 창업팀과 사업을 설계했지만 높은 지분율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 기존 기업 확장으로 취급된다면 현장과 제도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창업기업 규제합리화 방안'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AC가 지분을 50% 이상 투자한 벤처스튜디오 기업도 창업기업으로 인정해 창업지원의 문을 열겠다는 방향을 담았다. 아직 관련 제도 정비와 실제 적용이 남아 있지만 공동창업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정책이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벤처스튜디오는 이미 설립된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방식과 다르다. 시장 문제를 정의하고, 기술과 사업모델을 검증하며, 창업팀 구성과 법인 설립부터 참여한다. AC는 외부 투자자이면서 동시에 기업을 함께 만드는 공동창업자 역할을 맡는다. 지분 구조 역시 이러한 역할과 자원 투입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물론 AC가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존 사업을 법인만 나눠 반복하거나 지원금을 우회적으로 받으려는 행위는 걸러야 한다. 그러나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지분율 하나가 아니라 실제 창업 활동과 사업 독립성, 기술과 시장 신규성이어야 한다. 형식적인 소유 구조와 실질적인 창업을 구분하는 것이 규제합리화 출발점이다.
이제 다음 과제를 살펴봐야 한다. 창업기업으로 인정받는 것과 실제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지원사업 신청 자격을 얻었더라도 공동창업 이후 필요한 자금과 인력, 후속투자와 회수 경로가 연결되지 않으면 제도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다.
첫째, 공동창업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규칙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현행 벤처투자법 시행령은 AC 주요주주와 특수관계인, 계열회사에 대한 신용 공여를 제한한다. 부당한 내부 지원과 자산 유출을 막고 건전한 거래 질서를 지키려는 취지는 중요하다. 다만 지분투자와 대여·채무보증은 서로 다른 거래이며, 공동창업 기업 자금 조달 문제를 모두 '후속투자 금지'로 묶어 해석해서도 안 된다.
예를 들어 후속투자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투자금 납입 전까지 제품 검증이나 인건비 지급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한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때 어떤 거래가 허용되고 어떤 거래가 제한되는지 불명확하다면 현장은 지원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사업화를 위한 한시적 자금 지원과 부실 계열사를 무리하게 떠받치는 행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허용 여부를 검토할 때는 지원 목적과 금액, 기간, 상환 재원, AC 재무건전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독립적인 심사와 이해관계인 의결 배제, 거래조건 공개 등 안전장치를 갖춘 제한적 예외도 논의할 수 있다. 규제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맞게 설계하자는 것이다.
둘째, 장기 육성과 지분 처분 규칙의 시간을 맞춰야 한다. 현행 시행령상 경영지배 목적 투자 예외에는 원칙적으로 경영지배 성립일부터 7년 이내에 해당 기업 주식이나 지분을 전부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매각 협의 지연 등 사유를 장관이 인정하면 1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이는 모든 AC 투자에 적용되는 일률적인 처분 의무가 아니라 해당 예외 요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공동창업부터 기술 검증과 시장 진입까지 함께하는 모델에서는 이 조건 적합성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증과 양산, 고객 검증에 시간이 필요한 기술기업은 성장 과정과 회수 시점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기업 사업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기간을 맞추기 위한 처분이 우선된다면 장기 육성이라는 정책 목적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
무기한 보유를 허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기업 성장 단계와 기술 특성, 외부 투자자 참여, 회수 계획을 바탕으로 연장 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 일정 요건 아래 경영지배를 해소한 뒤 일부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 등도 검토할 수 있다. 책임 있는 회수와 지속적인 성장 지원이 양립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셋째, 공동창업 권한만큼 책임 기준도 분명히 해야 한다. 벤처스튜디오에서는 AC가 투자자이자 주주이고, 경우에 따라 인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된다. 역할이 겹치는 만큼 이해 상충을 관리할 기준이 필요하다. 창업자와의 지분 배분, 지식재산권 귀속, 서비스 비용, 후속투자 조건, 공동창업 관계 종료 절차를 처음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AC 자기자본과 운용조합 자금이 함께 들어가는 경우에는 누구의 이익을 위해 어떤 조건으로 투자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 가치평가와 독립적인 투자심의, 관련 거래 공시를 강화하는 것이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전제가 될 수 있다. 자율성을 요구하는 산업일수록 스스로 입증해야 할 책임도 크다.
마지막으로 이번 개선이 현장의 실제 변화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창업기업 인정 범위를 바꿨더라도 개별 지원사업의 공고와 심사 기준이 과거 해석에 머문다면 기업은 같은 문턱을 다시 만나게 된다. 법령 정비와 함께 적용 범위와 시점을 명확히 안내하고, 현장에서 반복되는 해석 차이를 줄여야 한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역시 공동창업 현장 사례와 애로를 구체적으로 모아야 한다. 어느 단계에서 자금이 막혔는지, 어떤 거래가 불명확했는지, 어떤 안전장치가 필요한지 제시해야 한다. 개선 요구 설득력은 규제가 불편하다는 주장보다 문제와 대안을 함께 보여주는 데서 나온다.
이번 발표는 벤처스튜디오가 창업생태계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제 그 출발을 성장으로 연결해야 한다. 기업을 함께 만들 수 있도록 인정했다면, 책임 있게 자금을 공급하고 충분히 육성하며 합리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제도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창업지원의 문을 여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그 문을 통과한 기업이 성장하는 길까지 연결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규제합리화를 현장의 성과로 완성하는 다음 과제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