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엑스맨'과 인기 SF 시리즈 '스타트렉'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영국 배우 패트릭 스튜어트가 별세했다. 향년 86세.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스튜어트는 지난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대변인 켈리 부시 노박은 스튜어트가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를 앓아왔다고 밝혔다. 그의 투병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튜어트는 '엑스맨' 시리즈의 찰스 자비에 교수(프로페서 X)와 '스타트렉: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장뤼크 피카드 함장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중후한 목소리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대중문화 역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1940년 영국 요크셔주 미르필드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스튜어트는 12세에 아마추어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브리스틀 올드 빅 연극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아 공부했으며, 영국 왕립셰익스피어극단(RSC)에 입단해 14년간 활동했다.
그는 '햄릿', '맥베스', '헨리 4세' 등 수많은 셰익스피어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2007년 무대에 오른 '맥베스'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이듬해 브로드웨이 공연으로 토니상 후보에 올랐다. 영국의 권위 있는 연극상인 로런스 올리비에상도 세 차례 수상했다.
스튜어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계기는 1987년 시작된 SF 드라마 '스타트렉: 넥스트 제너레이션'이었다. 그는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를 지휘하는 피카드 함장으로 출연해 냉철하면서도 인간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그려냈다.
해당 시리즈는 7년간 총 178회 방송됐으며, 이후 극장판 영화 4편으로 제작됐다. 스튜어트는 후속 드라마 '스타트렉: 피카드'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아 오랜 팬들과 다시 만났다.
2000년부터는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엑스맨' 시리즈에서 돌연변이들의 지도자 자비에 교수로 활약했다. 휠체어에 앉아 강력한 정신 능력을 사용하는 슈퍼 히어로를 연기하며 젊은 세대에도 이름을 알렸다.
그는 '엑스맨' 초기 3부작을 비롯해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로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등 여러 마블 작품에서 같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올해 개봉하는 '어벤져스: 둠스데이'에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와 드라마뿐 아니라 연극 무대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배우 이언 매켈런과 함께 해럴드 핀터의 '노 맨스 랜드',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등에 출연했으며, 1996년에는 '피터와 늑대' 낭독 음반으로 그래미상을 받았다.
연기 활동 외에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에 힘썼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목격한 경험을 공개했으며, 이후 가정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자선단체의 후원자로 활동했다. 2010년에는 연극과 영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고인의 별세 소식에 할리우드 동료 배우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함께 출연한 휴 잭맨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대와 스크린을 빛낸 위대한 배우 중 한 명을 잃었다”며 “내게 그는 훌륭한 친구이자 인간이었다. 그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평생 그리워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오랜 친구이자 동료 배우인 이언 매켈런도 “그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믿고 존경할 수 있었으며 내 경우에는 사랑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고 추모했다.
'스타트렉'에서 제임스 T. 커크 함장을 연기한 윌리엄 샤트너는 “가슴 아픈 한 주”라며 “그는 친구이자 동료였으며 훌륭한 배우였다. 무대에서 엔터프라이즈호의 함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역할에 지성과 품위, 깊은 인간미를 담아냈다”고 밝혔다.
유족으로는 2013년 결혼한 아내 써니 오젤과 딸 소피아, 아들 대니얼이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