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車 '연쇄 감원 칼바람'…현대차그룹은 '구조조정 무풍지대'

기아 광명 이보 플랜트
기아 광명 이보 플랜트

폭스바겐과 볼보 등 유럽 완성차 브랜드들이 잇따라 대규모 추가 인력 감축에 돌입한 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고용 한파를 비껴가며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조업 차질로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이 일시 둔화했지만, 유럽이 처한 구조적 존망 위기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은 비핵심 관리 조직과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1만2000명의 추가 감원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의결된 5만 명 감축안에 이은 조치로 본토 공장 폐쇄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볼보 역시 지난주 2500명의 2차 감원을 결정했고, BMW도 하반기 들어 뮌헨 본사를 중심으로 인력 축소에 착수했다. EU 규제에 맞춘 무리한 전기차 투자와 최대 시장인 중국 내 판매 급감(-30% 안팎)으로 불어난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한 결과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인위적인 감원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와 피지컬 AI 등 차세대 모빌리티를 위한 핵심 인력을 늘리는 추세다. 임금교섭 파업과 조업일수 감소 여파로 현대차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할 전망이나, 기아가 고수익 RV와 중소형 전기차를 앞세워 영업이익을 65% 이상 늘리는 등 그룹 전체의 기초체력은 견고하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부는 감원 칼바람을 비껴간 핵심 배경으로는 '포트폴리오 유연성'과 '중국 리스크 선제 해소'가 꼽힌다.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를 한 라인에서 조립하는 혼류 생산 체제를 갖춰 전기차 캐즘에 따른 가동률 저하를 하이브리드 증산으로 방어했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 공장을 선제 매각하며 대중국 의존도를 일찌감치 털어낸 점도 차이나 쇼크를 피한 요인이다.

국내 생산 현장의 '자연감소 구조'도 완충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대거 입사한 생산직 근로자들이 현재 매년 2000여 명씩 법정 정년에 도달해 자연스럽게 회사를 떠나는 인력 구조다. 강제 해고나 조기퇴직을 밀어붙여 노사 갈등을 겪는 유럽과 달리, 인위적 인력 감축 없이도 공정 자동화를 추진하고 미래차 인재를 신규 채용하는 체질 전환을 이어갈 여유가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감원 도미노는 무리한 전동화 올인과 중국 의존도가 부른 필연적 대가이고, 현대차그룹은 유연한 전략으로 고용 위기를 넘기는 모양새”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통상 환경 급변과 유럽 내 중국산 저가차 공습에 대비해 원가 혁신과 기술 격차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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