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대체 무슨 말 했길래”… 美 판사, 변호사에 막말 쏟아내다 '정신감정' 명령

미국의 한 연방판사가 법정에서 변호사의 인종과 외모를 문제 삼는 발언을 반복했다가 사법윤리 위반 조사와 함께 정신감정 명령을 받았다. 해당 판사는 변호사를 '백인 구세주'라고 조롱하고, 상대방이 라틴계라고 설명했음에도 외모를 근거로 백인이라고 단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북부연방지방법원의 에이다 브라운 판사는 최근 제5연방항소법원 사법평의회로부터 정신감정을 받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현재 진행 중인 사법윤리 위반 조사의 일환으로, 담당 사건에서도 일시적으로 배제됐다.

법정서 변호사를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해 정신감정 명령을 받게 된 에이다 브라운 판사. 사진=폭스뉴스 캡처
법정서 변호사를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해 정신감정 명령을 받게 된 에이다 브라운 판사. 사진=폭스뉴스 캡처

논란은 지난 4월 열린 법정 심리에서 시작됐다. 당시 브라운 판사는 변호사 에즈라 영이 흑인 변호사들을 괴롭혔다고 주장하며 그의 인종과 외모를 문제 삼는 발언을 쏟아냈다.

영은 흑인 여성 교수가 인종차별로 종신재직권 심사에서 탈락했다며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SMU)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대리하던 변호사였다. 문제가 된 심리는 영이 비공개 법원 서류를 온라인에 공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제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렸다.

당시 브라운 판사는 영에게 “당신은 뉴욕에서 와서 도움이 필요한 텍사스의 멍청한 흑인 변호사들을 구하겠다는 '백인 구세주'를 자처한다”고 말했다.

'백인 구세주(White savior)'는 백인이 다른 인종을 자신보다 열등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여기고, 자신이 이들을 구원하거나 이끌어야 한다는 태도를 비판하는 표현이다. 브라운 판사는 영이 흑인 변호사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그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취지에서 이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은 자신이 백인이 아닌 라틴계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브라운 판사는 “당신은 백인처럼 보이지 않느냐”, “피부색이 밝다”며 인종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당신은 자신의 백인으로서의 평범함 때문에 흑인의 뛰어난 능력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이 말을 받아 적어도 좋다”고 말했다.

또 영을 '채드(Chad)'라고 부르며 조롱했다. 브라운 판사는 이를 미국에서 무례하고 자기중심적인 여성을 비꼴 때 쓰는 '캐런(Karen)'의 남성형이라며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관리자를 부르고, 규칙이 적용되면 발을 구르며 화를 내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운 판사는 영이 사건을 언론에 부풀려 전달했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대학 교수의 종신재직권 분쟁을 과거 흑인에 대한 집단 폭력인 '린치(lynching)'에 비유한 보도가 나오자, 해당 표현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추궁했다.

이후 영은 지난 5월 브라운 판사의 언행을 문제 삼아 사법윤리 위반 진정을 제기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브라운 판사의 부적절한 이메일 발송과 사건 처리 문제 등에 관한 의혹도 제기됐다.

조사위원회는 브라운 판사의 정신건강 상태가 직무 수행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판단해 독립적인 정신감정을 명령했다. 다만 실제 정신질환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브라운 판사는 지난 7월 제출한 답변서에서 “특히 인종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내 태도가 부적절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다며 선배 판사들의 조언을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브라운 판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명으로 2019년 연방판사에 임명됐다. 흑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혈통을 가진 그는 텍사스 북부연방지방법원 최초의 흑인 여성 판사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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