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형수, 독극물 두 번 맞고도 살아나자 …“헌법 위반, 감형해달라”

크리스타 파이크. 사진=미국 테네시주 교정당국 홈페이지
크리스타 파이크. 사진=미국 테네시주 교정당국 홈페이지

미국 테네시주에서 독극물 투여 방식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여성이 집행 과정에서 살아남은 가운데, 당사자인 크리스타 파이크(50)가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심경을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파이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변호인단을 통해 전달한 구술 성명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1995년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고, 사형 집행을 앞두고 차분한 상태였다”며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극심한 고통과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며칠이 지나 병원 응급실에서 혼자 눈을 떴다. 온몸은 물론 손과 목 안쪽까지 견디기 힘든 통증이 이어졌다”며 “신체적인 상처뿐 아니라 정신적·정서적인 괴로움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 “사형 집행이 끝난 뒤에도 살아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피해자 유족이 감당해 온 슬픔과 상실감도 잊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크는 지난달 30일 테네시주 내슈빌 소재 교정시설에서 사형에 사용되는 펜토바르비탈을 두 차례 투여받았다. 그러나 사망에 이르지 않아 의료기관으로 이송됐으며, 약 일주일이 지난 6일 의식을 회복했다. 당시 팔 부위가 보라색으로 변하는 이상 증세도 나타났다. 투여 약물이 혈관을 벗어나 주변 조직으로 흘러 들어가는 '정맥 외 유출' 현상으로 추정됐다.

현행 테네시주 사형 집행 지침에는 최초 약물 투여 후 사망하지 않을 경우 추가 투여를 실시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약물 투입에도 사망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응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파이크에 대한 사형 판결은 현재까지 철회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변호인단은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형량을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사형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실패 자체가 잔혹하거나 비정상적인 처벌을 금지하는 미국 수정헌법에 어긋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테네시주 정부는 약물 투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올해 진행할 예정이던 다른 사형 집행 일정도 뒤로 미뤘다.

파이크는 1995년 당시 18세의 나이로 남자친구 등과 공모해 19세 콜린 슬레머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호감을 보였다고 여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후에는 기념물처럼 피해자의 두개골 일부를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이듬해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그는 약 30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해왔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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